지난 26일(현지시간) 월가는 미국 제약사 머크의 소식에 들썩였다. 머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오스트리아 업체 테미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고 국제에이즈백신계획(IAVI)과 협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머크는 지난해 12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에볼라바이러스 백신 승인을 받은 곳이다. 최근 25년 새 FDA의 승인을 받은 신규 백신 7개 가운데 4개가 머크에서 나왔다. 백신 개발 경험이 탄탄하고 대량생산 능력까지 갖춰 다른 기업 이상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앞서 임상1상의 일부 결과를 내놓은 모더나에 이어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같은 빅파마에다 머크까지 뛰어든 만큼 이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시간문제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중국 등 각국 정부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백신의 효과와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28일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 가운데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 중인 곳은 10여개에 달한다.
가장 앞선 업체는 미국 기업 모더나다. 3월16일 임상을 시작해 최근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미국의 이노비오와 화이자·노바백스, 영국의 옥스퍼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중국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캔시노바이오를 시작으로 시노팜과 시노백 같은 기업들이 임상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개발 단계에 있는 백신만도 100여개다. 28일에는 노바티스도 코로나 백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한 코로나19 백신 ‘초고속개발팀’도 모더나와 존슨앤드존슨 등의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195억달러(약 24조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실험 중인 백신이 최종승인을 받을 확률은 6%에 불과하다. 이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중화항체 형성 △지속기간 △완전예방 여부 △효과 연령대(노년층) 등이 중요하다.
우선 중화항체란 실제로 해당 바이러스를 탐지해 파괴하는 항체다. 항체는 항원(바이러스)과 단순 결합만 하는 항체(비중화성 항체), 독성을 없애는 중화항체가 있는데 중화항체가 생겨야 해당 질병을 막을 수 있다. 비중화성 항체는 생겨도 의미가 없다. 논란이 된 모더나의 경우 45명 전원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고 했지만 실제 중화항체가 생긴 사람은 8명뿐이었다. 나머지 인원도 시간이 지나면 중화항체가 생길 수 있는데 모더나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결과를 발표했다.
전 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은 코로나19 백신이 독감처럼 매년 맞아야 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독감 백신처럼 완전히 질병을 막지는 못하고 덜 아프게 하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종 3상까지 대규모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윌리엄 해즐틴은 “(성공적이라던) 옥스퍼드대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주사를 맞은 원숭이들이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폐에서는 바이러스의 양이 줄었지만 코에서는 여전히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해도 대량생산 및 유통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남는다. 25일 임상 개시를 발표한 노바백스는 연내 1억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짧은 기간 내 대량생산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신 개발 경쟁에 참가한 머크가 앞으로 12~18개월 내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연말이나 내년 1월에 백신이 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실제 접종도 내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백신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중국 이외에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에까지 백신 보급이 완료돼 접종이 이뤄지는 데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완전 보급까지는 갈 길이 먼 셈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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