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랜드에 인수된 아센다스, 한국에서 운용업 철수하나(?) |
최근 시장에서는 싱가포르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아센다스가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최대의 부동산 투자회사 캐피탈랜드에 인수된 후 글로벌 차원에서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운용업 라이선스를 매각하고, 자산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금융업계에서는 캐피탈랜드가 60억달러를 들여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인 아센다스를 인수·합병(M&A) 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워낙 영향력이 큰 회사인데다 합병으로 인해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 모두 합병 전 여러 개의 리츠를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캐피탈랜드는 싱가포르 최초의 상장 리츠인 캐피탈랜드몰트러스트(CMT)를 비롯해 캐피탈랜드커머셜트러스트(CCT), 애스콧레지던스트러스트 등 4개의 리츠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되어 있었고, 아센다스도 아센다스하스피탈리티트러스트(A-HTRUST)를 비롯해 여러 리츠를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이 된 만큼 운용 중인 리츠에도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 합병 후 호텔 자산을 담고 있는 캐피탈랜드의 애스콧레지던스트러스트와 A-HTRUST를 합치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센다스, 운용 라이선스 및 자산 구조조정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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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캐피탈랜드와 아센다스 합병의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에서 자산운용업을 하고 있는 아센다스자산운용이 운용업 라이선스를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투자해 운용하고 있는 6개 자산도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 아센다스가 리츠(A-HTRUST)를 통해 매입한 KY헤리티지호텔(현 소테츠 호텔즈 더 스프라지르 서울 동대문)과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 등 2개 호텔은 캐피탈랜드의 호텔 리츠인 애스콧레지던스트러스트가 계속 운용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호텔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자산은 운용사 라이선스와 함께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4개 자산 매각과 관련해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개 자산 가운데 역삼동 아이콘타워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청계천변의 장교구역 12지구는 싱가포르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했습니다. 이 2개 자산의 경우 관심을 가진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개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나머지 2개 자산인 종로플레이스타워와 신문로 씨티은행센터는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했습니다. 종로플레이스에는 사학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이 참여했고, 신문로 씨티은행센터에는 국민연금이 주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2개 자산은 국내 기관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용업 라이선스와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운용업 라이선스와 함께 매각할 경우 외국계 회사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현재 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이 완화되면서 자본금 10억원만 있으면 사모 전문 운용사 설립이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인수자 입장에서는 운용사와 자산을 동시에 인수하면 운용 수수료와 향후 자산 매각 시 매각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상황은 유동적입니다. 캐피탈랜드가 작년에 아센다스를 인수한 후 글로벌 차원에서 조직 효율화 및 자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언제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철수 검토하는 이유는(?) |
캐피탈랜드가 한국에서 운용업 철수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우선 캐피탈랜드가 한국에서 운용업을 하는 것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 캐피탈랜드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운용사를 설립하지 않았습니다. 아센다스뿐만 아니라 다른 싱가포르계 운용사인 ARA코리아자산운용이나 케펠자사산운용 등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한국에서 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이 큰 효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캐피탈랜드는 과거 동부생명이 소유한 동자동 2구역 부지에 오피스 및 호텔 등을 짓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추진할 때도 국내 운용사와 함께 참여했습니다. 부동산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자산운용업의 수수료가 후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들 중에서는 한국에 운용사를 차리는 것에 크게 매력을 못 느끼는 곳들이 있다. 또한 운용사를 만들게 되면 한국 운용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캐피탈랜드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호텔 사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조직 및 자산 효율화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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