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해 대규모 시위가 촉발된 데 대해 미국 국방부가 정규군 병력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방부는 시위가 시작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파견을 준비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트브래그 기지, 뉴욕 주의 포트드럼 기지 소속 병사들은 호출 시 4시간 안에 파견될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은 콜로라도 주의 포트카슨 기지, 캔자스주 포트라일리 기지 병사들은 24 이내 파견이 가능하도록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소식통의 발언을 덧붙였다.
AP는 병력 약 800명이 미니애폴리스에 투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니애폴리스 시위가 계속 통제 불능 상태로 비화하면 군을 신속히 파견하는 옵션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807년 발효된 '연방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에 근거한 것이다.
이 법은 미국 대통령이 폭동이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하며,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마지막으로 사용됐다.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지난 25일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자 이튿날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한 항의 시위는 10여개 도시로 확산했다. 시위는 경찰서 방화, 총격을 동반한 유혈·폭력 사태로 비화해 나흘째 지속하고 있다.
시위대는 돌과 물병을 던지며 건물과 경찰 차량 등을 파괴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대응했다. 뉴욕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경찰관 두 명이 뇌진탕을 입었다. 경찰은 폭행 혐의로 최소 72명을 체포했다. 켄터키주 루이빌과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는 시위 도중 총격 사건까지 발생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한 CNN 기자가 생방송 도중 수갑을 차고 연행되는 일도 있었다. 체포된 기자도 흑인이었다. 동료 카메라 기자와 프로듀서도 함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 취재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동하지 않아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변의 백인 기자는 체포되지 않아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에 대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비욘세,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카디 비 등 유명인들이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1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있는 비욘세는 "우리는 모두 백주에 벌어진 이 살인을 목격했다"며 "더는 무의미한 죽음은 있어서는 안 된다. 유색인종을 사람 이하로 대하는 것도 더는 있어선 안 된다.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플로이드 사건에 관여된 모든 경찰관을 살인 혐의로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미니애폴리스경찰 소속이었던 전 경찰관 데릭 쇼빈(44)은 3급 살인(murder) 및 우발적 살인(manslaughter) 혐의로 기소됐다. 관련 사건이 알려진 뒤 동료경찰 4명과 해임됐던 쇼빈은 이날 체포돼 구금됐다. 검찰에 기소된 쇼빈은 미니애폴리스경찰 내사과에 18건의 민원이 제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구체적인 민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이 적용한 3급 살인 및 우발적 살인이 모두 인정될 경우 쇼빈은 최대 35년형의 징역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신우 se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