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방역체계가 지난달 초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완화됨에 따라 문화예술계에도 햇살이 비치는 듯했다. 서울시향도 3개월여 만에 유관중 정기공연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작했고, 이에 맞추어 입국한 음악감독이 건강하게 자가격리 기간을 보내면서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5월 중순 이후 이른바 클럽발 확진자 수가 치솟고 연쇄 감염 우려가 보도되면서, 조짐이 좋지 않았다.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자가격리 중인 음악감독은 화상회의를 통해 참석했고, 무엇보다 단원과 관객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데 필자와 뜻을 같이했다. 사무국에서는 그간 준비해 온 안전조치와 향후 공연 운영방향을 단원들에게 전달하며 꼼꼼하게 리허설을 준비했다. 리허설룸과 공연장에서 단원들이 자신과 동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조치에 대해 필자가 직접 동영상에 관련 설명을 담아 소통하기도 했다. 이미 많은 예술 단체들이 유관중 공연을 발표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우리의 무관중 결정 및 엄격한 거리두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원과 관객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했다.
“대표님, 지금 뉴스 좀 보시겠어요?” 음악감독과 단원들의 감격적 재회가 있었던 리허설 주간이 거의 마무리되고,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목요일 오후였다. 정부의 급작스러운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 발표로, 공연장의 문이 줄줄이 닫히고 계획된 유관중 공연들은 앞다투어 취소됐다. 무관중으로의 진행 여부도 조심스러운 상태가 됐지만, 마음을 졸이며 공연장의 최종 입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새로운 일상에 적합한 프로그래밍, 무대 위 거리두기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적용하는 역사적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프레스콜로 진행할 계획도 세웠었지만, 24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의 돌발적 악재에 행사를 서둘러 취소해야 했다.
다행히 철저한 방역수칙 및 무대 위 거리두기 매뉴얼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 공연 전날 저녁 공연장으로부터 ‘가능’ 통보를 받았다. 무관중이지만 랜선 너머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공연 당일 이른 아침부터 영상 및 음향 설치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전문 의료진의 모니터링을 거쳐 무대 준비 상황을 둘러보면서도, 공연을 마칠 때까지 한시도 숨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해냈다. 마스크를 쓴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감독과 단원들은 최선의 연주를 들려줬다. 거리두기를 구현한 무대에서 서로 떨어진 채 만들어내는 하나의 사운드는 경이로웠다. 마지막 앙코르 대신 “여러분 덕분에”를 외치던 단원들과 음악감독의 뒤에서 필자는 마음속으로 그 누구보다 크게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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