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두고 “그동안 인종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긴장감이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재점화됐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국 내에서 인종에 따라 불균형하게 피해를 준 가운데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한 플로이드의 사망이 분노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경찰의 폭력행위로 희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인근 소도시 퍼거슨에서 검문을 당하다 백인 경관의 무차별 총격으로 사망한 ‘퍼거슨 사태’를 비롯해 미국에서는 흑인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1992년 5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 운전자가 4명의 백인 경찰관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했음에도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자 분노한 시민들이 이틀간 폭동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2016년 대선 당시부터 백인 남성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들의 불만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플로이드의 사망을 계기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30일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군 투입까지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 인사가 이끄는 시와 주들은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뤄진 급진좌파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완전한 진압을 살펴봐야 한다”며 다른 주들도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안티파’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 방침까지 밝혔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가리키는 용어로, 이번 시위의 주도세력을 급좌파로 몰아붙이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데다 대통령이 직접 강경 진압을 부추기며 국론 분열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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