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초중고교의 등교수업이 재개된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감염위험이 높은 PC방과 당구장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학교 주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 방역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3일부터 3차 등교개학이 시작되는 만큼 교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가 취재진이 서울시 내의 주요 중고교 주변을 둘러본 결과 학교수업을 마친 뒤 PC방과 당구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에서는 중학생 8명이 교복을 입은 채 줄지어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날 PC방에서 만난 한 중학생은 “수업이 끝나도 딱히 할 게 없어 친구들과 PC방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사흘 뒤 찾은 서울 성북구의 한 PC방에서도 학생 7명이 모여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PC방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보다는 줄었지만 하루 평균 4~5팀의 학생들이 꾸준히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당구장에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지난 1일 성북구의 한 고등학교 인근 당구장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포켓볼을 치고 있었다. 교육부가 ‘학생들은 하교 뒤 PC방이나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찾지 말고 곧바로 귀가하라’는 지침을 각 학교에 전달했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몰려드는 다중이용시설에서 기본적인 방역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PC방에서는 다닥다닥 붙어앉아 게임을 즐기거나 친구 의자에 바짝 기대어 지켜보는 등 ‘1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대다수 PC방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었지만 정작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게임 도중 큰소리를 치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말하는 PC방 직원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3일부터 고1, 중2, 초3·4학년들이 추가로 등교수업을 시작하면서 학교 주변 다중이용시설이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3차 개학이 마무리되면 전체 초중고교생의 77%가 등교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등교수업이 확대되는 시기에 PC방 등 감염에 취약한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고3 학생은 하교 뒤 당구장 등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인근 고교 5곳의 등교가 중단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인근 다중이용시설 사업주들의 방역지침 준수를 당부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C방 같은 곳에 가지 말라고 쫓아다니며 말해도 일부 학생들은 결국 가게 마련”이라며 “학생들이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하는 순간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는 만큼 무엇보다 사업주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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