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아이유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히트곡 노랫말을 쓴 작사가 김이나. 화려해 보이는 업을 지닌 그의 마음사전엔 의외로 ‘살아남다’라는 단어가 꼿꼿이 박혀 있다. 유행에 민감한 대중가요판에서 일하던 김작가는 어느 날 자신의 몸과 함께 언어도 나이들어가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 하지만 그는 ‘올드함’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언어가 인생을 따라 나이들어간다면 ‘올드’한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가사도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즈음 이선희의 노래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작사하며 ‘올드함’이란 깊이로 치환되고 완성될 수 있는 것임을 스스로 입증해낸다. 최근 유산슬, 임영웅 등의 트로트 가수들과도 협업한 그는 연령대와 장르까지 초월한 더 넓고 깊은 노랫말로 대중작사가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직하게 시간을 쌓아올려 끝끝내 자기 업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마치 노사연의 노래 <바램>의 가사 한 대목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며 살아가고 살아남는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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