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항공사 여객기의 입국을 막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두고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넘어 항공분야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미 교통부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중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의 미국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하이난항공 등 4개 항공사에 적용된다. 미 교통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이 조치가 16일 이전에 발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2일부터 2주 이내(코로나19 잠복 기간)에 중국에 체류했던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항공사의 미국 취항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았다.
미 교통부의 이번 방침은 대중(對中)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항공 당국은 지난달 26일 “외국 항공사의 운항을 주당 1회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아메리칸항공에 대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미 교통부는 “미국 항공사가 6월부터 중국으로 다시 취항하길 원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며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다만 미 교통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이 항공사 쌍방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중국 당국이 우리 항공사를 허용하는 대로 같은 규모로 중국 항공기 운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해에만 850만명이 넘는 승객이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직항로를 이용했지만 코로나19로 양국의 항공 교류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미 교통부는 지난 1월 미국과 중국 항공사가 일주일에 평균 325편의 항공편을 운항했으나 2월 중순에는 20편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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