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각)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미국 정부는 방위비 협상 일괄타결을 주장하며 한국정부가 제안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선(先) 지급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전날 미국 국방부는 “한국이 무급휴직 상태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로 주한미군의 전투태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미 조야에서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압박에 따른 연합방위준비태세의 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압박에 대해 “이 모든 상황에서 애석한 대목은 동맹이 이 한 가지 기술적인 이슈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동맹에 대한 한국의 인식도 좋지 않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한미 간 동맹은 깊은 역사를 갖고 있고 두 나라에 서로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들(한미)은 전 세계에서 서로에게 매우 필요한 파트너들”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보다 큰 그림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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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선 지급에 합의한 데 대해 “부분 무급휴직이 준비태세와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제공하는 우리의 능력에 미친 영향과 한국인 직원이 한미 동맹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인 근로자의 존재가 주한미군의 전투력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장기화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 작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현지사령관의 전투준비태세 약화 우려와 코로나 19 방역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군의 순환배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빨리 정상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의 전력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한국인 근로자 문제가 해결된 만큼 방위비 협상이 장기전 양상을 띌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문제가 해결되면서 한미 방위비 협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카드를 썼지만 한국이 버티기에 들어간 만큼 향후 협상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도 “한국정부가 제안한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문제를 미국 정부가 받아줬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에 공을 넘겨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전략적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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