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기업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 누구도 잘 안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공룡 기업 아마존이다. 20세기 말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해 IT, 유통을 넘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물류, 환경, 헬스케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어 도무지 어떠어떠한 기업이라고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는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의 꿈처럼 우주가 아마존의 사업의 본거지가 될지 도 모른다. 베이조스가 직접 “대마불사란 말은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19마저 어렵지 않게 견디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존의 보이지 않는 힘이 더 궁금해질 따름이다. 아마존의 올 1·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6% 늘어난 755억 달러를 기록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30% 넘게 뛰어올랐다.
미국 언론인 브라이언 두메인의 저서 ‘베조노믹스’는 “아직도 아마존에 궁금한 게 남아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아마존을 잘 아느냐”고 진지하게 묻는다. 책 제목 ‘베조노믹스’는 저자가 아마존의 차별화된 경영 패러다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급변하는 세계 질서, 기술·경영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각 기업이 각자의 ‘베조노믹스’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아마존과 베이조스에 대해 찬사만 쏟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브랜드 가치 세계 1위 기업, 베이조스가 세계 1위 부호가 된 저력을 찾아낸다. 또 아마존이 성공한 사업,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을 통해 미래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극도의 고객집착, 진실추구, 장기적 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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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은 “대부분의 CEO들이 다음 분기 혹은 그 다음 분기를 고민할 때 베이조스는 5년, 6년, 7년 뒤에 얻은 결과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아마존 경영의 또 다른 상징 ‘플라이휠(fly wheel)’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플라이휠은 일종의 상상 속 바퀴인데 처음 돌리는 게 힘들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엄청난 속도로 돌게 된다. 베이조스가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인공지능,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은 오늘날 아마존을 무서운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다. 더 빠른 속도로 스스로 똑똑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아마존의 플라이휠은 기존의 전자상거래 뿐 아니라 데이터, 물류, 오프라인 유통, 헬스케어 등 모든 사업 영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책은 아마존 프라임,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고 등의 성공 과정을 분석하면서 아마존이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독자들이 가늠해보도록 한다.
책은 세상이 원하든 원치 않든 아마존이 세계 경제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아마존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마존과 아마존이 만들어갈 미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래야만 아마존이 ‘아직’ 잘 못하는 분야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통 분야에서는 명품 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 개인 쇼핑 도우미 의류 브랜드 스티치 픽스, 체험의 가치를 확보한 나이키 오프라인 매장 등이 그런 전략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책을 읽는 동안 일반 독자라면 아마존의 치밀함과 가공할 위력에 대한 사례를 접하면서 ‘역시 대단한 기업’이라며 여러 번 감탄할 것이다. 백만장자, 천만장자, 억만장자를 넘어 역사상 첫 조(兆)만장자가 될 수 있는 베이조스의 재력에 부질없는 부러움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인 입장에서는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 아마존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마존과 비슷한 플라이휠을 재빠르게 확보한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만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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