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대북전단은 지금까지 풍선으로는 국경을 넘기 어렵다거나,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그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어 왔는데, 이번 북측의 날선 반응으로 대북전단의 효과가 입증된 셈이 됐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지난달 31일 이뤄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김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또 김 제1부부장은 남북 군사합의를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을 만들거나 단속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한 어조로 남한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댔다”며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그것들이 기어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했다.
김 제1부부장이 거론한 대북전단은 지난 31일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북한으로 띄운 전단지로 당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가 대형풍선에 매달려 북한으로 날아갔다.
또 풍선에 매달려 있던 현수막에는 ‘7기 4차 당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 등이 새겨져 있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4월 30일에도 같은달 15일에 열렸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탈북민 출신 인사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지성호 미래한국당 의원 등 2명이 당선된 사실을 북한에 알리겠다며 인천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 당시 현수막에는 ‘탈북 꽃제비 불구자(지성호)도 공사(태영호)도 국회의원인 우리조국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북전단 살포는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내용인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와 배치되지만 대북단체들이 전단 살포를 강행하더라도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15년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하다 경찰 등에 제지를 당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제지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제지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정부의 배상 책임은 없지만 ‘표현의 자유’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