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지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듬해인 2018년 2월 석방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64)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8일 원정숙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미래전략실 등에서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거나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는 등의 과정이 모두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고, 그 한가운데 이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 관련 의사 결정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은 검찰의 전격적인 구속영장 청구에 당혹해하면서도 앞으로 열릴 영장실질심사에 차분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권형·변수연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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