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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특별지위 박탈해도 금융중심지 영향없다는 美싱크탱크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니콜라스 라디 PIIE 선임 펠로. /PIIE 홈페이지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도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싱크탱크가 있습니다. 중국 연구소면 얘기가 안 되겠지만 이 곳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를 거친 니콜라스 라디 PIIE 선임 펠로는 대표적인 중국통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안팎에서 나왔던 얘기들과 다른 흥미로운 얘기인데요.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관세우대 규모 대미 수출액의 1%…홍콩서 만들어진 것만 가능

라디 선임 펠로는 특별지위 박탈에 따른 경제적 영향부터 미미하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대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없애면 일부 중국 상품에 적용되는 최고 25%의 관세가 홍콩 상품에도 부과됩니다. 홍콩의 대미 수출액은 약 450억달러 수준으로 고율관세가 무역을 크게 위축시켜 홍콩 경제를 파탄내고 미국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주장인데요.

1992년 미국의 홍콩 정책법에 따라 홍콩 상품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처럼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적용받게 돼 있습니다. 라디 선임 펠로는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전문가들과 언론이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바로 홍콩에서 생산된 상품만이 미국의 MFN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전체 홍콩 수출의 95%는 다른 곳에서 생산돼 홍콩으로 수출됐다가 홍콩에서 다시 재수출되는 상품”이라며 “홍콩의 대미 수출액 450억달러 가운데 1%인 약 4억5,000만달러만이 홍콩에서 생산돼 MFN 관세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홍콩의 대미 수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돼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것들”이라며 “이 상품들은 이미 본토에서 미국에서 직접 수출되는 중국 상품과 같은 높은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도 본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경우와 같은 관세를 물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홍콩은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에 항만과 공항이 잘 갖춰져 있는 국제금융·무역·물류의 허브여서 많은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관과 검역 측면에서 대중 직접 수출보다 홍콩을 경유하는 것이 좀 더 편리하기도 하고요. 라디 선임 펠로는 미 경제방송 CNBC에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이 홍콩 경제에 주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박탈 절차를 시작하라고 했다고 했을 뿐이어서 명확한 시간표가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로 위기에 처한 홍콩의 야경. /AFP연합뉴스


수십년간 금융사·로펌·회계법인·신평사 모여…생태계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이제 금융중심지입니다. 라디 선임 펠로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폐지해도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이 한번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홍콩은 수십년 간 금융사와 법률, 회계법인, 신용평가사가 한데 모인 단지(Complex)”라며 “이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중심지로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한두 업체가 홍콩에서 손을 털고 나가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실리콘밸리나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거꾸로 단번에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영어를 쓰는 홍콩의 이점은 무엇보다 크지요.

실제 HSBC와 스탠다드앤드차타드(SC)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지한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죠. 다른 곳은 어떨까요.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일본 등지에서 주로 영업하는 자이딥 칸나 바클레이스 아시아태평양 헤드는 블룸버그에 “홍콩은 여전히 중요한 금융중심지로 남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의 영업방식과 이전비용,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같은 주장에 반론이 있습니다. 바로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역할론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1,430억달러 가운데 870억달러가 홍콩을 통해 이뤄집니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투자 1,380억달러 중 900억달러가 홍콩을 거치죠. 각각 60.8%와 65.2%에 달합니다. 1997년 이후 기업공개(IPO)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홍콩 증시의 경우 4,780억달러 가운데 3,560억달러가 중국기업입니다. 비중이 74.4%입니다. 지난해 4월 기준 위안화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은 홍콩(30%)이고 중국(28%), 미국(16%), 싱가포르(12%) 등입니다.



그런데 당분간 주요 금융사들이 홍콩에서 발을 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역할도 한동안 유지될 확률이 높습니다. 자본은 감정이 없습니다. 홍콩에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뿐입니다.



중장기 쇠락은 가능… 상하이·하이난 키우는 中의 속내

물론 중장기적으로 홍콩의 힘이 빠질 수 있습니다. 영국이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에게 시민권을 줄 것이라고 하고 미국도 홍콩 주민과 기업인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일부 핵심 인력 유출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싱가포르가 홍콩을 대체할 곳으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싱가포르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인 얘기죠.

중국 정부도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도시로 상하이를 키우고 있고 하이난을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이제 중국도 어느 정도 내부에서 자금조달을 해도 됩니다. 상하이의 경우 1997년 이후 IPO한 기업가치가 2,810억달러인데 전부가 다 중국업체였습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기업이 뉴욕증시에서 문제가 되면 유턴 수요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세계 5위, 중국 1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하고 홍콩에 이어 상하이 증시에 2차 상장을 통해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WSJ는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중국 기업의 가치가 (뉴욕증권거래소보다)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은 중국 기업들을 본토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리하면,

①특별지위 박탈에 따른 관세인상의 실질 효과는 미미하다(대미 수출액의 1% 수준)

②홍콩은 금융사·로펌·회계법인·신평사 몰려 있는 클러스터다.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③특별지위 박탈은홍콩의 국제금융도시 지위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도 이를 대비해 상하이 등 대체처를 키우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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