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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한 행정공제회 본부장, "알파돔시티 같은 코어 자산 위주로 투자 재편"

"사업성보다 더 중요한 게 사업 구도"

상장 리츠와 인프라 투자 확대

해외 운용사와 JV로 투자 기회 확보

장기 투자 통해 유동성 확보

판교 가치 더 올라갈 것, 추가 투자 추진





애물단지에서 복덩이로 환골탈태한 판교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지방행정공제회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7년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가 출발할 때부터 최대 출자자로 참여했던 행정공제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4년간 중단됐던 프로젝트를 되살려 지금까지 끌고 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대표를 맡아 사업을 추진해온 박응한(사진) 행정공제회 부동산·인프라 본부장의 공이 컸다. 박 본부장으로부터 행정공제회의 대체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알파돔시티는 참 우여곡절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이렇게 사연 많은 프로젝트를 15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끌고 온 경우가 많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도 많을 것 같다.

-개발 사업이든 투자든 제일 중요한 게 구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을 하다 보면 좋은 때도 있고 나쁜 때도 분명히 있다. 기관들은 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견뎌내기 위해서는 구도를 어떻게 짜는지가 중요하다. 사업성 보다 더 중요한 게 사업 구도다.

실제 알파돔시티 프로젝트도 2007년 출발 당시 사업 구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행정공제회를 비롯해 롯데건설·한국토지주택공사(LH)·산업은행 등 무려 17개의 기관들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더군다나 전략적투자자(SI)부터 재무적투자자(FI), 건설사(CI) 까지 기관들의 성격도 다 달랐다. 그러다 보니 한 사업을 두고 서로 생각이 다 달랐다. 특히 초기에는 건설사 주도로 분양형 사업으로 추진됐는데 입주민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하려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이 4년간 완전히 멈췄다. 겨우 다시 살아난 게 2012년께다. 최대출자자인 행정공제회 주도로 사업 구도를 다시 짜서 6-3구역은 행정공제회가, 6-4구역은 LH가 선매입하고 상업시설 부지는 현대백화점에 매각해 돈을 마련했다. 이어 2013년에는 주상복합 알파리움 분양까지 성공했다. 특히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뒤에는 이해관계가 맞지 않은 건설사들을 아예 다 내보내고 아예 행정공제회 중심으로 판을 새로 짜서 추진력을 높였다.

판교 알파돔시티 내 6-1구역과 6-2구역 공사가 한창이다. 6-1구역은 카카오가, 6-2구역은 네이버가 임차할 예정이다. 알파돔시티는 오는 2022년 전체 10개 블록이 완성될 예정이다. /사진=고병기 기자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가 행정공제회의 대체투자 전략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투자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지



-한 예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인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의 유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유가증권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투자한 부동산·인프라 중 유동성 있는 자산의 비중이 10% 정도 되는데 향후 15%까지 높일 계획이다. 실력 있는 해외 운용사와 조인트벤처(JV)를 통해 투자풀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량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 얼마 전에 해외 리츠 운용사를 선정한 데 이어 최근 해외 상장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해 CBRE를 선정했다. 업종이나 자산, 론이나 에쿼티, 코어나 오퍼튜너스틱 같은 것을 떠나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국내는 어떤가

-국내는 고밸류에이션 이슈가 있고,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경기 변동성 리스크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구도를 짜기 위해 기존에 다변화되어 있던 자산을 정리하고 코어(Core) 자산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투자 기간도 기존 5~7년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으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투자한 종각 인근 센트로폴리스는 투자 기간이 30년이다. 물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다른 자산보다 우위에 있고 경기에 따른 변동성이 적은 자산은 가격이 다소 부담되더라도 투자해야 한다. 결국 좋은 자산은 살아나고, 최악의 경우라도 손실폭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센트로폴리스 투자 기간이 상당히 길다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야 유연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통 대체투자의 단점으로 유동성을 꼽는다. 근데 주식이나 채권이 유동성이 있다고 하지만 폭락장에서 현금화시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단기로 투자하면 결국 어쩔 수 없이 손실을 보고 파는 게 반복되니까 기간적인 여유를 확보해서 시장에 맡기지 말고 우리가 주도하자는 거다. 여러 가지 자산을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순환구도를 만들면 결국은 유동성이 생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부동산펀드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5~7년이라는 짦은 기간에 편중된 투자 그릇을 꼽는 이들도 있다.

판교 알파돔시티 투자도 같은 맥락인가

-알파돔시티는 15년이 걸렸다. 여기에 향후 6-1구역과 6-2구역은 리츠로 상장시켜 계속해서 지분을 가져갈 생각이다. 판교는 수도권 동남부를 대표하는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면 판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알파돔시티가 판교를 대표하는 허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고병기기자


행정공제회는 알파돔시티뿐만 아니라 현재 카카오가 입주해 있는 판교 에이치스퀘어에도 투자 했으며, 한 IT업체와 공동으로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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