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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당 7만원받고 경매도 배운다? 무쓸모 땅파는 사기였다…기획부동산 2심서 엄벌

쓸모없는 땅 공유지분 4배 뻥튀기해 팔게한 다단계 판매업

직원들도 회사 말 믿고 비싸게 사들여…6억넘게 교부·편취

이사장 징역 2년6월·총괄사장 2년 선고…1심보다 형량늘어





“일당 7만원을 받으면서 부동산, 경매도 배울 수 있습니다. 토지를 판매하면 대금의 10%는 수당으로 지급합니다.“

국내 최대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인 우리경매가 직원들을 채용할 때 제시한 조건의 골자다. 직원들은 경매를 배우며 돈도 받을 수 있다는 이런 얘기에 혹해서 입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경매는 다단계로 조직을 운영하며 토지 공유지분을 파는 회사였다. 개발예정지 인근 지역에서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토지를 싼값에 사들여 공유지분으로 비싸게 쪼개 파는 회사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직원들에게 해당 토지의 개발 가능성이나 가치가 매우 높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기획부동산 케이비 계열의 부천 소재 지점에서 올린 판매직원 모집 광고./출처=벼룩시장


회사는 공유지분을 매입가보다 4배 높은 가격에 팔게 했다.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나 해외여행 경품을 추가 제공하고 각 지사별 실적을 비교하면서 판매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도 회사의 말을 믿고 토지를 사게 됐다. 직원 대부분은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액보다 더 많은 액수의 토지를 매수했다. 직원들 가운데는 빚을 내서 토지 매수 대금을 조달한 경우도 있었다.

2심, 1심보다 형량 상향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박현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이처럼 무등록 다단계 판매업을 영위하며 직원을 포함한 피해자 51명을 상대로 쓸모없는 토지 5곳의 공유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6억1,297만원을 교부·편취한 혐의(사기, 방문판매법 위반)로 이 회사 이사장 황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총괄사장 노모씨에게 징역 2년, 광주지사장 박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원과 고객 수십명이 함께 지난 2018년 말 회사를 고소한지 2년여만에 나온 결과다.

이는 지난 1월 나온 1심보다 형량이 일괄적으로 상향된 것이다. 당시엔 황씨는 징역 1년6개월, 노씨·박씨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이는 이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전원과 합의해 피해변제를 완료한 바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심 재판부가 이들의 죄질을 고려했을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 된다.[참조 기사▶[단독]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우리경매 회장 징역 1년6개월]

이 조직을 총괄 운영했던 황씨는 토지 판매액의 4%를 수당으로 받아갔으며 총괄사장인 노씨는 2%, 박씨는 1.4%를 각각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황씨와 노씨는 회사 직원과 지인들의 차명계좌까지 동원해 수당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산 다음 이를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며 “그 차익을 편취하는 일을 업으로 하였던 것으로 보여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사기판매 토지 5곳 살펴보니
피고인들이 사기 혐의를 받는 판매 토지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 산53 ▲경기 하남시 항동 산119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산31-5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 산 72-1 ▲경기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 산20 등 다섯 곳이다. 귀여리의 경우 보전산지구역·상수원보호구역, 상대원동과 항동은 도립공원, 도봉동은 북한산국립공원부지 등으로 각각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곳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시세의 4배 가격에 공유지분으로 쪼개 팔았다. 이에 재판부는 “공유지분 등기자들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일괄 처분하거나 분할 등기할 계획·방편을 마련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로 고객들이 지가 상승으로 이익금을 취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직원들, 수당받으려 산 것" 주장했으나 일축
앞서 피고인들은 항소하면서 “피해자들 중 직원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은 실적에 쫓기거나 수당을 받기 위해서 부동산을 매수한 것일 뿐”이라며 “자신들이 매수한 토지의 정보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부동산 거래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인 점에 비추어 보면 토지 규제사항이나 주요현황에 관한 피고인들의 설명이 있었던 경우에도 그것이 피해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피해자들이 피고인들과 같은 기획부동산업자를 전문가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고인 측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에게 토지를 팔며 “자연적 지가 상승의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고도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들은 사용, 교환 가치가 없고 이미 피해자들은 시세의 4배 이상으로 매수해 자연적 지가 상승요인보다 훨씬 큰 가격 변동이 있었다”며 이 같은 주장도 일축했다.

경찰관에 진정 넣어 수사 훼방도
또 피고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막고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먼저 피해자들이 고소를 한 경우에는 고소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합의를 함으로써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처벌을 최소화했다. 수사가 진행될 경우 각 지사의 ‘바지사장’을 대표자로 내세워 수사받도록 하는 한편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공범들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조율하기도 했다. 심지어 피고인들의 공범들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을 진정하는 등 대담한 수사 방해 행위도 감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당심에 이르러서까지 피해자들의 고소가 ‘경쟁업체의 모략’이라거나 위 경찰관이 위 경쟁업체와 합심해서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등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십수만 매수자들, 민형사소송 가속화될 듯
이번 판결로 십수만명으로 추산되는 기획부동산 공유지분 매수자들의 민형사상 대응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에 사기로 판명된 필지 5곳의 지분 소유자만 해도 대법원 등기소 기준 1,866여명이다.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중 국내 최대인 우리경매는 이외에도 수백여 필지의 공유지분을 팔아왔다.

지난해 11월 서울경제가 내부자료를 입수해 기획 보도한 케이비경매의 경우 우리경매 황씨의 형제 회사다. 황씨는 케이비경매 회장 황모씨의 친동생이며 노씨는 케이비경매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었다.

당시 케이비경매가 2년여간 한 지사에서 판매한 필지(다른 지사, 다른 회사와도 공동 판매)를 보니 총 222개였으며 소유자는 총 2만8,000명에 달했다. 예상 매출액은 6,000억원으로 추산됐다.[기사 참조▶[단독] 2만8,000명에 ‘여의도 4배 땅’ 지분 쪼개 판 기획부동산]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은 이 외에도 수백곳이 있다. 코리아경매, 신한경매 등도 우리·케이비경매와 토지를 공유해가며 팔아온 회사다. 이들이 팔아온 공유지분은 연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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