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시한(8일)을 하루 앞둔 7일까지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서로 자당의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박 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임 요청안을 제출해달라고 한 시한인 8일 정오까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비상한 시기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내일(8일)은 국회법에 따라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다. 내일 정오까지 상임위원장 선임 요청안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국회법은 개원국회 본회의 개최일(5일)로부터 3일 이내(8일까지)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법은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임기 개시 이후 원 구성을 완료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평균 41.4일이었다. 지난달 30일 임기가 개시된 21대 국회가 ‘평작’을 한다면 오는 7월이 돼서야 원 구성이 끝난다는 의미다.
비공개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양보할 수 없으며 법대로 원 구성이 8일 끝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여당 의원에게 ‘준법’을 강조하며 8일 국회 인근에 대기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는 통합당 몫이 돼야 하며 여당이 표결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직후 협상 진행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원내대표는 언급을 삼가고 발길을 옮겼다. 주 원내대표는 “협상의 성공을 위해 서로 말을 아끼기로 했다”며 “내일 다시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실 앞에서 법사위원장 자리와 관련한 질문에 “법사위원장 (민주당이 맡는 데) 동의하면 ‘11대7’ (비율로) 해주겠다, 거기에 동의 안 하면 다 가져가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며 “관련 내용을 의원총회에서 보고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크게 삐걱거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을 통해 18석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가지게 되면 통합당은 극렬하게 반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2일 의총에서 “만약 민주당이 전 상임위를 가지고 간다든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없앤다든지 하는 경우 우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그렇게 하면) 향후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일각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민주당의 18석 차지’가 현실화할 경우 통합당이 다시 장외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과 통합당이 원 구성을 둘러싼 협상에서 접점을 찾으면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해 각종 민생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합당이 법사위원장만 양보하면 다른 ‘알짜’ 위원장 자리는 알아서 내줄 것”이라며 “통합당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 후 정책 간극은 상당히 좁혀졌다. 원 구성만 잘 마무리되면 법안 처리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지훈·김혜린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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