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1997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워 게임’(war game) 시나리오를 마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탐사보도 전문매체 ‘인터셉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Z세대가 성인이 돼 사회에 불만을 품고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을 때를 가정한 군사 대응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들불처럼 번진 인종차별 항의시위 진압에 군부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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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희망 잃은 Z세대, 2025년 반란 시작
인터셉트가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국방부 내부 문건에는 Z세대가 2025년 시애틀을 시작으로 뉴욕,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 ‘Z 반란’을 일으킨다는 상황을 가정한 도상훈련이 등장한다.
이 훈련은 미 육군대학원이 진행한 ‘2018 육·해·공 합동전략 특별프로그램’(JLASS)의 일부로, 여기에는 아프리카의 이슬람 무장세력, 반자본 극단주의자, 이슬람국가(IS) 후계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가상훈련이 담겼다. JLASS가 ‘반란’의 주역으로 삼은 Z세대는 2001년 9·11 테러로 심리적인 상처를 입었고, 대학 등록금 때문에 진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와중에 취업 문턱을 넘기조차 어려워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로 그려진다.
Z 반란은 함께 일할 사람을 오직 대면으로만 모집하지만, 다크웹에서 지시를 내리고 기업, 금융기관, 비영리단체 등에 악성코드를 심어 돈을 빼돌리는 등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활동한다. Z 반란 지도부는 소득 불평등 해소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으며 마치 로빈 후드처럼 부유층에게서 빼앗은 재산을 동료들에게 배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정당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시나리오는 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 진압에 군부대를 투입할 수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동진압법 발동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셉트는 “현재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주요 도시의 거리에 군이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군부가 지금 거리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는 세대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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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위 진압 위해 군 1만명 투입하려 해"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사망 항의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 1만명을 투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CNN방송과 CBS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초 워싱턴DC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 연방군 1만명을 즉각 투입하길 원했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이를 반대했다고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AP통신은 에스퍼 국방장관과 밀리 합찹의장은 시위현장에 연방군 1만명을 동원할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럴 경우 민법으로 해결해야하는 사안을 군 문제로 비화시킨다고 우려했으며, 시위대 내 폭력적 요소는 지극히 작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악관이 전날 에스퍼 장관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화가 나 있고 그를 해임 할 수도 있다고 CNN이 또 다른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3일 브리핑을 자청, 군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TV로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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