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전현직 임직원들의 불공정 거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각에서 제기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정황 등을 근거로 여권 인사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10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관련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검찰은 신라젠 핵심 경영진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자기 자금 없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에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비싸게 팔아 2,0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인정해 4명을 구속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검사)는 8일 오후 신라젠 불공정 거래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연루 정황이 나오면 조사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정황이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문은상 신라젠 대표와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 등 신라젠의 전현직 임직원이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3상시험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의혹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라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판단과 관련해 펙사벡 관련 정보를 분석한 시점이 지난해 3월인데 이들의 주식 매각 시기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라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주식을 처분한 신모 신라젠 전략기획센터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64억원 상당의 손실 회피를 한 것으로 보고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문 대표와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 등이 페이퍼컴퍼니인 크레스트파트너의 실제 소유주인 조모씨와 함께 자기자본 없이 증권사를 끼고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BW를 인수해 1,918억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증권사 임원 2명도 이날 BW 발행을 위한 자금돌리기 구조를 설계하고 불법적인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증권사 역시 자본시장법 양벌규정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은 “제도권 금융사로서 자본시장질서를 준수해야 함에도 설계·자문까지 제공했다”며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함께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표,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 등이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 H사 대표인 황모씨와 공모해 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특허권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매수대금을 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부풀려 신라젠에 29억3,0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문 대표는 지인 5명에게 신라젠 스톡옵션 46만주를 부여해 매각이익 중 38억원을 돌려받아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외에도 문 대표는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달러를 대여한 후 전액 손상차손 처리해 배임 혐의로 이날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주요 수사가 종결됐다고 보고 문 대표 등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예정이다./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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