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취임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일주일째 거침없는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고용보험 확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모두 그동안 보수정당이 신중론을 견지해왔던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세부 정책 방향뿐 아니라 당의 정체성과 지향도 불과 일주일 만에 바꿔놓았다. 진취적 정당을 지향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탈(脫)보수화’를 선언한 것이다. 추락하던 지지율은 반등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 구상을 뒷받침할 경제혁신위원회가 오는 11일 출범한다. 김종인 비대위의 싱크탱크가 될 경제혁신위는 기본소득 도입과 저출산 문제 해소 방안, 성장동력 확보책, 정부 재정운용 방향 등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여러 의제 가운데 당장은 기본소득 도입과 고용보험 확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9명의 비대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30대 청년, 여성으로 채운 김 위원장은 경제혁신위에도 윤희숙 의원 또는 유경준 의원 등 초선 의원을 전면에 배치하고 청년과 여성을 포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4·15총선 참패 이후 무너진 당을 다시 추스를 기반을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 안팎에 던진 메시지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진보보다 더 앞선 진취적인 정당”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은 일부 전통적 보수층에는 혼란을 야기하는 충격을, 중도층에는 신선한 임팩트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리얼미터에 따르면 ‘김종인호(號) 통합당’이 확정되기 이전인 5월 3주차(5월18~22일)와 이후인 6월 1주차(6월1~5일) 통합당 지지율을 비교해보면 보수층(56.8%→56.1%)은 떨어졌고 중도층(25.2%→29.4%)은 올라갔다. 이 기간에 통합당 전체 지지율은 24.8%에서 27.5%로 2.7%포인트 상승했다.
평가는 엇갈린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바닥을 쳤던 통합당이 그래도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후 서서히 당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김 위원장의 정책구상을 하나하나 잘 조리해 국민이 먹기 좋은 ‘음식’으로 내놓으면 통합당은 다시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혹평도 나온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35조원에 달하는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도 되지 않은 시점에 비대위원장은 ‘협조하겠다’고 했다. 어이가 없다. 이게 야당이냐”며 “김 위원장이 들어온 후 대여투쟁력이 현격하게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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