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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총수 공백' 벗어난 삼성...법리 따라 조속히 매듭을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1년7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청구한 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만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였다는 지적이 많다. 이 부회장 측은 그동안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의 소환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소 여부만 판단하면 될 것을 굳이 인신 구속까지 시도한 것은 잘못이다. 이 부회장 측에서 앞서 검찰의 기소가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외부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자 검찰은 이틀 뒤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객관적 판단을 받을 정당한 권리마저 무력화하며 청구한 영장이 기각됐으니 검찰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영장 기각으로 삼성은 총수 공백 위기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이 겹친 초유의 상황에서 총수 구속은 자칫 삼성을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발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삼성에 대한 각종 수사는 4년 가까이 계속돼왔다.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중요한 경영 판단을 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도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이나 투자는 사실상 중단됐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빨리 매듭을 지어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부는 객관적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혹시라도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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