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폐쇄)을 끝내고 1단계 경제활동을 시작한 8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연초 대비 올해 수익률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대규모 유동성이 더해진 결과인데 시장에서는 당분간은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초 코로나19가 미국에 확산되기 직전 1만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고꾸라졌던 나스닥은 이 같은 상승 추세면 금명간 역사적인 1만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8일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61.46포인트(1.7%) 오른 2만7,572.4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38.46포인트(1.2%) 상승한 3,232.39, 나스닥은 110.66포인트(1.13%) 뛴 9,924.74에 마감했다.
특히 나스닥은 지난 2월19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9,817.18)를 약 4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이로써 1만 선도 눈앞에 두게 됐다. 올 들어 나스닥의 상승률은 10.6%에 달한다. 미 증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S&P500도 올 3월 말과 비교하면 40%가량 올랐다. 다우는 올해 손실폭을 3.3% 수준으로 줄였다.
시장은 경제활동 재개와 유동성 공급을 증시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셧다운에 들어간 지 78일 만에 다시 문을 연 뉴욕시에서만 최대 4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여기에 5월 비농업 고용이 250만개 늘어나고 소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식당예약 사이트인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80%가량 낮다. 4월의 -100%보다는 상당히 높아졌다.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앤드루 슬림먼은 “최근 수주 동안 우리가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여러 지표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가에서는 반성문이 쏟아진다. 지난달 미 증시의 거품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경고한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역시 기존 주가전망을 철회하고 “경기불황기에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다우지수가 여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라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 요소다. CNBC는 ‘무제한 자산매입 약속을 다시 한번 할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국채 금리상한제(Yield Caps)를 오는 9월에 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증시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 경제가 올 2월 정점을 찍고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2009년 중반부터 시작된 128개월간의 확장 국면이 끝났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활동 재개에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시위 때문에 영업을 하지 못하거나 불확실성에 채용과 투자계획을 못 세우는 업체가 적지 않다. 5월에 늘어난 고용이 250만개라지만 4월에만 2,10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데이브 도드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도 아직은 큰 부담 요인이다. 지난주 말을 거치면서 캘리포니아와 유타·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선거 변수도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 가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법인세가 올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