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습니다. 참회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에게 경찰을 대표해 사과했다. 경찰청장이 이한열 열사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복 차림으로 추모식에 모습을 나타낸 민 청장은 추모식에 참석한 내빈들에게 인사한 뒤 배씨에게 다가가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도 참회합니다”라며 말했다.
민 청장은 “저희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 주시니 저희가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행사가 끝나고 민 청장은 “경찰의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로 이런 비극이 초래된 데 대해 지난날 과오를 참회한다”며 “33년 전 오늘 이 자리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 열사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머님이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고, 평생 아들을 가슴에 묻고 헤아릴 수 없는 아픔으로 살아오셨을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죄스럽단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 한번 용서를 구했다.
추모식 후 배 여사는 민 청장의 방문에 대해 “현장에 오셨으니까 감사하다”면서도 “33년이 지났어도 나는 87년 그날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그날의 씻기지 않는 아픔을 드러냈다.
앞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17년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자리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숨진 백남기 농민,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와 함께 이한열 열사를 언급하며 사과한 바 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