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전날 한 차례 남측의 연락을 거절했던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로 9일 정오부터 남북간 모든 연락선을 차단하겠다고 나서면서, 북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측의 누적된 불만 같다”고 바라본 반면,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통제된 사회에 올바른 정보를 보내는 것을 막으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전파를 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지 살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남과 북의 정상들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 북측이 보기에는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2조 1항에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냐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측의 연락 차단 선언은) 남북정상간 있었던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따른 북측의 누적된 불만 같다”며 “대표적인 게 대북 전단지 살포인데 이게 분명하게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 정상이 합의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는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는 ‘역지사지’를 주장했다. 윤 의원은 “역지사지 해보면 쉽게 입장이 드러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우리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상대국가가 모욕하는 전단지 살포를 만약에 한다면, 더욱이 그 나라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 자극하는 문제임에 분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나오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선 “현행법으로도 (금지가)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판문점선언의 실천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난 4·27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의 실무를 총괄했던 사람으로서 요즘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이 있다. 정상간 합의 부분”이라며 “합의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실천이 더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홍 의원은 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번 북측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 자신이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시절 박정의 정권을 비난하는 북한발 삐라(전단지)를 종종 발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정보가 통제됐던 시절 정인숙 사건의 괴담도 북한에서 날려 보내는 그 삐라를 통해 보았고 온갖 조작된 박정희 정권의 추문을 북한의 삐라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며 “그때 그 조작된 만행을 저질렀던 사람들이 자기들 체제를 비판하는 삐라를 북으로 보내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를 압박 한다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허위 선전,선동은 이제 망각하고 북한체제를 정당하게 비판 하면서 통제된 사회에 올바른 정보를 보내는 것을 막으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를 득달 같이 받아 들여 금지하는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 과연 문정권의 민주주의인 것이냐”며 “박원순 시장은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처벌 받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9일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6월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알렸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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