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은 정부가 입법예고한대로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질병관리청 산하에 실험·역학·정책연구와 질병통계 등을 담당하는 공중보건연구원(가칭)에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주최한 ‘질병관리청 개편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건의료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성장·독립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대신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경계 단계의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지금의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질병관리청장으로 개편해 전문성에 기반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보건담당 2차관과 질병관리청장의 역할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질병예방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광역시도에 질병예방관리국을 신설하고 건강·보건담당 국, 시도보건환경연구원과 합쳐 질병예방관리본부로 확대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 산하 연구원과 관련 김 교수는 공중보건연구원에 ▶진단도구 개발, 백신 효과성 평가 등을 담당하는 실험연구센터 ▶감염병·미세먼지·흡연·만성질환 피해 등을 감시·평가하는 역학연구센터 ▶감염병 대응체계·취약계층 건강증진방안 등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센터 ▶질병통계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역학조사 시행·연구와 역학조사관 교육 등을 수행하는 역학조사원 신설 ▶공중보건·만성병·의료관련 감염병 관련 정책연구와 감염병 위기상황 대비·분석·예측 등을 담당할 질병정책연구원 설립을 제안했다.
김 교수와 이 교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단위로 지방질병관리청을 신설해 지자체 담당자에 대한 교육훈련과 협력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시군구 감염병 환자의 광역시도 대형병원 전원 등과 관련한 문제도 지방청에서 조율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질병관리청의 예산이 미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13분의1인데 질병관리청 인력(746명)은 CDC(약 1만7,000명)의 23분의1에 불과하다”며 “올 가을 독감·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하려면 보건소당 7명의 감염병 전문팀(전국 약 1,8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안부는 지역방역 강화를 위해 권역별 질병대응센터 설치 방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는 종합토론에서 “이번 논의를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으로 제한하지 말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기능을 보건부로 독립시키는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보건담당 2차관과 질병관리청장의 권한, 국립보건연구원의 소속 부처 등을 둘러싼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보건복지부의 외청인 질병관리청 업무는 결국 보건복지부 2차관이 관장하므로 독립성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며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관리처로 승격시켜야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군구의 감염병 전담 인력이 너무 적고 지자체장의 지휘하에 있는 상황에서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나 지방청의 지휘·감독은 일선 보건소 직원 입장에선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며 “보건소 감염병 업무 담당자는 질병관리처가 (전국 단위로 인사·예산 지원을 하는 등) 지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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