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계 부동산투자 조사기관 인레브(Inrev)를 인용해 미국 블랙스톤의 지난해 부동산자산운용 규모가 전년 대비 23% 증가한 2,485억유로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랙스톤의 뒤를 이어 캐나다계 운용사인 브룩필드가 1,800억유로로 2위에 올랐으며, 프루덴셜파이낸셜그룹 계열의 부동산투자회사인 PGIM이 1,600억유로로 3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전체 부동산자산운용 규모는 3조 2,000억유로를 기록해 전년(2조 8,000억유로) 대비 15.7% 증가했습니다. 자산운용규모 10위권 내 운용사 중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미국계 물류센터 투자 전문회사 프롤로지스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060억유로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블랙스톤이 처음부터 부동산 투자로 이름을 날렸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블랙스톤은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즉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명성을 떨친 회사입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부문이 고속 성장하면서 세계 최대의 부동산자산운용사로 올랐습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굵직굵직한 거래도 많이 성사시키면서 눈길을 끌었죠. 블랙스톤의 부동산 부문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은 존 그레이 사장입니다. 1992년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그는 블랙스톤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확립한 인물입니다. 그는 2007년 미국 부동산 재벌 샘 젤로부터 세계 최대 사무용 빌딩 소유업체 에쿼티 오피스 프로퍼티를 390억달러에 사들이면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특히2007년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을 260억달러에 인수해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블랙스톤의 힐튼 호텔 인수는 당시 호텔 업계 거래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습니다. 힐튼 호텔의 겨우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에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으며, 이후 2016년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에 힐튼 호텔 지분 25%를 65억달러에 매각했는데 인수 당시에 비해 3배나 높은 가치로 되팔았습니다. 이외에도 2012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붕괴된 미국 주택 시장에서 기회를 잡아 약 100억달러를 들여 임대주택 4만 8,000여가구를 사들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7년 초 임대형 단독주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 리츠’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도 했죠. 당시 자금 조달 규모는 지난 2014년 11월 파라마운트 그룹이 상장시킨 오피스 리츠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처럼 블랙스톤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둬왔습니다. 특히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 회수를 위해 IPO 시장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2016년 역삼역에 위치한 캐피탈타워(현 아크플레이스) 인수 이후 물류센터에도 투자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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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동산제국 블랙스톤의 명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근 경쟁자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블랙스톤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경쟁자들은 블랙스톤의 전략을 쫓으면서 그들을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블랙스톤은 최근 일본의 부동산 회사 ‘유니조 홀딩스’ 인수를 두고 론스타와 붙었는데 수개월에 걸친 치열한 경쟁 끝에 론스타가 블랙스톤을 이겼습니다. 론스타는 유니조 홀딩스 지분 86.6%를 19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부동산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조 홀딩스 사례는 블랙스톤이 앞으로 과거보다 더 힘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며 “블랙스톤의 성공을 지켜본 경쟁자들이 그들의 전략을 따라 하거나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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