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9살 여아의 잔혹했던 학대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의붓아버지는 아이의 손을 프라이팬에 지진 이유에 대해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길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문 조회 등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으니 지문을 없애라는 것이다.
9일 SBS는 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친 9살 A양을 구조한 시민 송모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A양은 지난달 오후 6시20분쯤 창녕 대합면의 한 편의점에서 눈에 멍이 든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얼굴과 온 몸에 멍자국이 있었으며 손가락에는 심한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지문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송씨는 차를 몰고 가는 길 얼굴이 퉁퉁 붓고 맨발로 걷고 있는 A양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처음에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고 했다. 근데 왜 신발을 안 신었냐고 하니까 그때 대답을 자연스럽게 못했다”며 “애가 진짜 말랐다. ‘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후 송씨는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A양에게 먹이고, 소독약 등을 구입해 상처 부위를 치료해줬고, 이에 마음을 연 A양은 송씨에게 충격적 사실을 털어놨다. 송씨 인터뷰에 따르면 A양은 파이프로 맞고 쇠사슬에 묶이는 등 고문 수준의 학대를 당했다. “물을 받은 욕조에 머리를 담가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송씨는 “(A양의 상처는) 한 번 심하게 맞은 게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맞은 상처였다”며 “옷 위로 곪은 자국 같은 것들이 올라와 있고 팔이 단단했다. 심하게 맞으면 이렇게 단단하게 붓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계부 B씨(35)와 친모 C씨(27)는 재작년부터 최근까지 2년 동안 자신의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모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딸을 학대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하지만 주변 이웃과 교육 당국은 학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의 가족은 지난해까지 거제에 살다 올해 1월 창녕으로 이사 왔다. A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아 학교 쪽은 학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주변 이웃들도 A양이 외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학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담임 선생이 학습 꾸러미를 전달하러 A양 집을 세 차례 방문한 적이 있으나, A양의 친모는 그때마다 ‘집에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아기가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집 앞에 두고 가라고 요구해 A양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2년 전부터 학대가 발생했다고 보도됐으나 거제에 거주할 당시에는 학대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거제에 살던) 당시 A양이 다니던 학교 측에서는 A양이 밝은 모습으로 생활했으며 학대 의심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부는 딸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때렸다고 진술하고 일부 혐의는 시인했다”고 전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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