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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한국을 사랑한 푸른 눈의 여인'이 그린 이순신 장군 영정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 완전 복원판 나와

일제 감시에도 한국 사람, 삶, 풍경 그려

30여 년 전 키스 그림 첫 발굴, 韓에 알린

송영달 교수, 이순신 추정 그림도 찾아내

美서 디지털 기술로 원본 가깝게 구현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왼쪽)와 청전 이상범 화백이 그린 충무공 이순신 영정(오른쪽.)/엘리자베스 키스 그림 제공=책과함께




푸른 융복, 하얀 새털이 달린 전립, 그리고 지휘봉. 목숨 건 전투를 숱하게 겪어낸 군인답게 얼굴은 살짝 야위었다. 하지만 눈빛은 빛난다. 굳게 담은 입술은 부드럽지만 결의가 느껴진다. 앞에 선 사람을 꿰뚫어볼 듯 날카로운 눈매와 반듯한 귀, 단정하게 다듬어진 수염은 청전 이상범 화백이 그린 충무공 이순신 영정과 참 많이 닮았다. 아무리 봐도 영락없는 이순신 장군이다.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공개됐다. ‘한국을 사랑한 푸른 눈의 여인’으로 알려진 키스와 그의 작품은 30여 년 전 재미 학자 송영달 교수에 의해 국내에 알려졌다. 이번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도 송 교수가 찾아냈다. 공개되지 않은 키스의 한국 그림을 발굴하기 위해 그의 친인척을 수소문하던 중 캐나다에 거주하던 키스의 조카로부터 입수한 것이다.

꿰뚫어볼 듯 한 눈빛, 반듯한 귀 그리고 거북선
송 교수는 푸른 옷을 입은 조선 시대 무인 초상화를 보는 순간 ‘어? 혹시 이순신’하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위풍당당한 모습 뿐 아니라 과연 어떤 장군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거북선 무리를 배경으로 앉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다.

이후 송 교수는 이순신 장군 전문가인 박종평 선생에게 감정을 의뢰했고 ,유력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 해 국내 일부 언론을 통해 존재가 알려졌지만 완벽하게 복원한 후 한국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미국에서 디지털 작업을 거쳤다.

이렇게 원본에 가깝게 구현된 그림은 이날 출간 된 ‘올드 코리아(Old Korea, 책과함께 펴냄)’ 완전 복원판에 실렸다. 올드 코리아는 엘리자베스 키스가 1946년 펴냈던 책으로, 송 교수가 2006년 처음 번역 출간했다. 이어 이번에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키스 그림을 추가로 찾아내 총 85점의 작품을 책에 실었다.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도 이에 포함된다.



한국을 사랑한 영국인의 시선
스코틀랜드 출신인 키스는 일본에서 잡지사를 운영하던 언니 엘스펫을 따라 1915년 일본에 갔다가 한국 여행에 나선다. 1919년 3월 28일 부산에 도착한 순간 한국의 따뜻한 색감에 반했다. 한국의 산하, 황소와 농부, 초가집과 기와집 등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한복을 입은 남녀노소도 그렸다. 그림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감상을 글로도 남겼다. 올드 코리아 원본에는 삼일 만세 운동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을 정도다.

키스는 언니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혼자 한국에 남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1921년 9월에는 서울은행 집회소에서 키스 작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 미술사상 첫 외국인 화가 개인 전시회였다.



키스는 후일 “한국 사람도 많이 전시회에 왔는데 그림 속 자신들의 모습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았다”며 “한국의 노신사들이 그림을 하나 하나 음미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키스는 한국에서 발행하는 크리스마스 씰을 위한 그림도 세 번이나 그렸다.



키스 존재 찾은 송영달, 30년 노력 집대성
키스가 일제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국 관련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그의 존재는 오랫동안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 송 교수가 우연히 고서점에서 키스의 책과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더 오랫동안 키스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을 지 도 모를 일이다. 송 교수는 “은퇴하면 찬찬히 읽어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고서점에 들러 서양인이 쓴 한국 서적을 수집하곤 했다”며 “키스가 쓴 책과 키스 자매가 쓴 책을 발견 한 후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책 서문에서 회상했다.



송 교수가 꼽는 이번 완전 복원판의 가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수채화와 판화를 빠짐없이 실었다는 것이다. 판화 35점, 컬러 수채화 36점, 흑백 수채화 10점, 드로잉 4점이다. 둘째, 키스의 생애와 발자취에 대해 추가로 알게 된 정보를 더 실었다. 마지막으로,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를 실었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완전 복원판이 키스의 그림을 재조명하고, 그와 한국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며 “책에 실린 그림이 생생한 이미지로 전달돼 후대 사람이 보아도 감탄할 정도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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