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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이젠 희망 가져야죠...3년 장기공연 프로젝트 시동 겁니다”

[인터뷰]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코로나 19 시련 딛고 13일 ‘렌트’ 시작으로

3년간 디큐브아트센터서 대표작 릴레이 공연

기쁘면서도 불안한 출발…공연 소중함 느껴

틀 깨고 판 뒤집을 젊은 예술가 육성해야…

‘신시 작품 공모전’ 열어 제작 지원 계획도





유난히 긴 겨울이었다. 예상치 못한 감염병 탓에 공들인 공연을 취소할 때는 억장이 무너졌다. 쉽게 공연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속수무책으로 당한 적도 없었다. 계절은 어느덧 여름으로 접어들었건만, 많은 무대는 여전히 겨울을 나는 상황이다. “이제 희망을 가져봐야죠.” 박명성(사진) 신시컴퍼니 대표는 ‘무대의 봄’을 이야기한다. 오는 13일 개막하는 뮤지컬 ‘렌트’로 다시 기지개를 켜는 그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韓초연 20주년 '렌트'로 기지개
뮤지컬 ‘렌트’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국내 초연 20주년 기념 공연인 데다 박 대표가 1999년 신시컴퍼니 대표·예술감독 자리에 오른 해에 발 벗고 나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들여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사전 예매율이 70%나 됐어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렌트를 안 보면 대화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엄청났죠.” 뉴욕을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꿈을 그린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파격적 소재를 녹여내 화제를 모았다. 탄탄한 스토리에 록·리듬앤드블루스·탱고·발라드·고스펠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음악은 브로드웨이 비주류층이었던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고,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동시 석권하며 뮤지컬 지형을 바꿔 놓았다. 국내에서도 초연 당시 사회 정서상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박 대표는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시대가 변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작품이 지닌 힘, 그리고 기존 틀을 거부한 혁신이 관객을 끌어모았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도전, 3년 장기공연 프로젝트
신시컴퍼니는 렌트로 ‘3년 장기 공연 프로젝트’의 포문을 연다. 렌트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디큐브아트센터를 장기 대관해 대표작인 고스트·시카고·빌리 엘리어트·마틸다를 선보인다. 모든 게 불확실한 시기, 모험에 가까운 기획이다. “쉬지 않고 한 극장에서 작품을 3년간 한다는 게 우리에게도 도전이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의 고정 레퍼토리를 좀 더 안정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많은 걸 느낀 반 년”이라는 그의 말처럼 올 상반기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사실 장기 공연 프로젝트의 첫 작품은 원래 ‘맘마미아’였다. 3월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 시점을 한 달 미뤘다가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결국 취소했다. 2004년 위암 투병 중 어렵게 들여온 ‘아이다’는 마지막 한국 공연을 손도 못 쓴 채 떠나보내야 했다. 아이다는 올 시즌에 오리지널 버전 공연이 종료된다. 공들여 올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도 조기 폐막했다. 박 대표는 “공연을 다 취소하니 오히려 속은 편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렌트 연습 첫날, 기쁘면서도 불안한 출발을 하면서 작품 만드는 일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취소 공연 배우·스태프 개런티 지급 화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챙긴 것은 ‘사람’이다. 신시컴퍼니는 취소된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태프에게 개런티를 지급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공연 취소로 손해가 큰 제작사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박 대표는 주변의 칭찬에 손사래를 친다. “어린 친구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선배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화제가 될 이유가 없는, 정말 당연한 일이에요.”



판 뒤엎을 '파격' 젊은 창작자 찾아요
젊은 예술가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품 공모전’도 기획 중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신진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에서 기존 틀을 깨부순 대표작으로 렌트와 힙합 뮤지컬 ‘해밀턴’을 꼽으며 “렌트의 조나단 라슨과 해밀턴의 린 마누엘 미란다가 30대에 이런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었듯이, 기존 형식을 깨고 공연 판을 뒤집어놓을 젊은 연출가·작가가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창작자들이 끼와 열정을 터뜨릴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주기 위해 조만간 작품 공모전을 열고 선정된 작품의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받는 게 많다”고 한다. “요즘 어딜 가나 나 밥 사주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손숙·박정자·국수호… 공연계 어르신들이 ‘요즘 공연 안 되고 힘든데 먹고 힘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주판알’보다는 ‘무대와 사람’이 셈법의 원칙인, 그래서 때론 무모한 박 대표를 보니 그가 몇 해 전 예술경영 경험담을 묶어 펴낸 책 제목이 떠오른다. ‘이럴 줄 알았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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