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상표로 영업을 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빵들의 가격은 모두 같을까? 답은 ‘아니요’다.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매장 별로 빵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사기 당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빵들의 가격은 왜 다른 걸까. 정답은 놀랍게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지키기 위해서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사업자들 사이의 경쟁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원재료공급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 역시 보호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29조는 사업자가 재판매가격을 유지하는 행위를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이 파는 빵 가격을 지정한 뒤 이를 준수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빵 가격을 지정해 준 뒤 위반할 때 거래 중지나 불이익을 준다면 가맹본부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검찰에 고발 당할 수도 있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것도 돈을 더 벌기 위한 것도 아닌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왜 공정거래법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금지하는 걸까. 이는 재판매를 하는 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거래단계별 사업자는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상위 사업자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한다면 하위에 속하는 사업자의 자유로운 가격결정권이 침해돼 재판매를 하는 사업자들 사이의 자유로운 경쟁이 저해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공정거래법은 소비자가 프랜차이즈 빵집들 사이의 가격 경쟁을 통해서 100원이라도 더 저렴한 빵을 사먹을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대법원(2017년 6월 19일 선고, 2013두17435)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한다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예외가 인정된 사례는 없다.
그렇다면 일부 빵집의 가격은 왜 똑같을까.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맹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거나 가맹본부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준수하는 가맹점일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똑같은 가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할 뿐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권장 소비자 가격을 준수하길 요청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대법원(2011년 5월 13일 선고, 2010두28120)은 사업자가 판매 가격을 지정했지만 이를 지키게 할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을 땐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바 있다.
빵 가격에도 숨어 있는 공정거래법의 비밀. 경쟁의 축복은 맛있으면서도 저렴한 빵집을 찾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다른 매장보다 더 저렴한 빵을 발견했다면 공정거래법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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