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판 할(네덜란드)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 시절만 생각하면 부아가 치미는가보다. 지난 2016년 해고당한 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맨유에 대한 야속한 감정을 드러내고는 했는데 최근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또 맨유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단 한 명도 구해주지 못한 구단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소문난 부자인데도 감독의 영입 1순위 선수는 안중에도 없고 7·8순위 선수나 잔뜩 데려온 게 바로 맨유입니다. 그런데도 FA컵 우승(2016년)을 해냈으니 제 커리어 중 최고의 업적 아니겠습니까.”
판 할의 1순위들 중에는 사디오 마네(28·리버풀)이 있었다. 2분56초 사이에 해트트릭을 작성하고 거함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도 한 경기 3골을 터뜨린 사우샘프턴 공격수 마네의 영입을 판 할은 강력하게 요구했다. 최근 밝혀진 바로는 마네도 맨유행에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전화 한 통이 마음을 움직였다. 아프리카 선수 최고 이적료인 3,400만파운드에 2016~2017시즌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마네는 이적 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첫 경기부터 결승골을 터뜨렸다. 두 시즌 동안 경기당 0.41골을 넣은 뒤 2018~2019시즌 36경기 22골로 EPL 공동 득점왕(모하메드 살라, 피에르 오바메양)까지 차지한다. 올 시즌도 26경기 14골 7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4위(21개)에 올라있다. 마네와 함께한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우승을 차례로 해낸 데 이어 30년 만의 EPL 정상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네갈의 작은 마을 밤발리 출신인 마네는 어린 시절 별명이 ‘볼 마법사’였다. 축구공만 있으면 못 하는 일이 없었다. 그보다 더 어릴 때는 마을에서 ‘이상한 아이’로 통했다. 흙먼지 속에서 자몽이나 돌을 축구공 삼아 뛰노는 마네가 동네 사람들 눈에는 정말 이상한 아이였다. 아버지가 숨을 거뒀다는 소식도 일곱 살 때 공놀이를 하다 들었다. 마을에 병원이 없어 민간요법에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는 병세가 호전되나 싶더니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고 말았다. 밤발리는 지금도 가장 가까운 도시까지 차로 3시간이나 걸리고 아이들은 우물을 놀이터 삼아 닭과 함께 노는 낙후된 곳이다. 그런 고향 마을에 마네는 사비를 들여 병원과 학교를 짓고 있다. 아이들은 마네가 선물한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공을 찬다.
돌멩이를 차고 놀던 마네는 열 살 때 2002한일월드컵을 보며 꿈을 키웠다. 당시 세네갈은 월드컵 첫 출전에 8강까지 갔다. 세네갈의 두 번째 월드컵인 2018년 러시아 대회에는 마네가 있었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마네는 이듬해 최고 권위의 시상식 발롱도르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를 차지한 리오넬 메시는 “마네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투표에서 4위에 그친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3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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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말고 축구만 하고 싶던 마네는 집안의 반대에 부닥치자 열여섯에 집을 나와 무작정 수도 다카르로 향했다. 1주일 만에 집으로 붙들려 돌아가야 했지만, 그 일 이후 ‘협상’을 통해 진로 결정권을 따냈다. 마네는 이후 다카르의 축구아카데미에 들어가 두각을 드러낸 끝에 프랑스 FC메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잉글랜드 사우샘프턴을 거쳐 리버풀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마네는 전력이 약한 사우샘프턴에서부터 될성부른 선수였고 지금은 골 결정력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해 있다. 빅리그에서 다년간 기복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골 결정력은 점점 더 좋아지는데다 챔스 같은 큰 경기에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적시장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전망한 마네의 시장가치(예상 몸값)는 4년 전 이적료의 세 배인 1억2,000만유로(약 1,620억원)에 이른다. 이미 챔스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가 EPL 우승컵까지 보탠다면 그다음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설레고도 두려웠을 7시간 동안의 다카르행 버스 안에서 소년이 꿈꾸던 최종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2018년 챔스 결승에서 마네에게 한 방을 맞았던 레알 마드리드는 그에게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레알이 정말로 그를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스페인에서도 통하리라고 본다. 강인하고 빠르고 꾸준하고 득점포도 갖춘 마네가 안 통할 리그는 없다. 압박과 인터셉트 등 수비가담 역량도 뛰어나 감독들이 아주 좋아할 선수”라고 설명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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