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본회의를 열어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협상의 끈은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합의 가능성이 높지 않아 결국 민주당 단독 표결을 통한 원 구성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를 의식해 국회 장기 파행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진통 끝에 원 구성이 마무리되더라도 여야는 한동안 극한의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장은 11일 김태년 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남을 갖고 “양당 원내대표가 많은 대화를 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오늘 각 당이 양보할 수 있는 안을 내서 합의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어떤 경우가 있어도 내일은 본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이 지났고 양당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한 만큼 12일에는 반드시 본회의를 열어 원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이다.
여야는 지난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은 합의 아래 처리했지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당은 법사위를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가야 한다며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하지만 법사위는 무조건 사수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에 12일 본회의가 열리면 민주당 주도로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당 대표는 박 의장이 주재한 회동이 시작하자마자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 정수를 합의한 후에도 상임위 명단을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시간 끌기로 협상 결과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총선 결과는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뜻”이라고 통합당을 정면 비판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각 정당이 어느 상임위원장을 맡을지 알아야 당내 경선에서 위원장을 배정하고, 거기에 따라 배정표가 나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 개원 등 국회법을 지키라는 여당의 지적에 대해 “개원은 4년간 국회 운영의 룰을 정하는 것으로 합의에 의해 정하라는 것이 국회법 취지”라며 “외국은 협치의 룰을 정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늦은 게 빠른 것”이라고 맞섰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단독 개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13일부터 국회가 파행에 이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은 내일 오후2시 본회의에서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뽑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3차 추경을 빨리해달라고 난리지만 정작 추경 내용을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대구시 간호사의 위험수당이 편성되지 않았고 아르바이트생들의 데이터 입력 일자리(공공데이터 개방 일자리) 1,000억원 등이 급하다고 독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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