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삐라’를 맹비난하며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단절시키자 결국 청와대가 나서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11일 내놓았다.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등 북한의 추가 경색 조치를 막기 위해 청와대가 직접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이례적으로 춘추관을 찾아 청와대의 입장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탈북자 단체 두 곳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야당에서는 ‘김여정 하명’에 정부가 휘둘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북전단 및 물품 살포 행위에 대해 “앞으로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북 삐라’를 ‘백해무익한 행동’으로 규정한 청와대가 직접 근절 의지를 선포한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가 남북 간 합의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뿐만 아니라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 및 2004년 6·4합의서 등에서도 이미 중지하기로 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공유수면법·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 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 합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김 사무처장은 “민간단체들이 국내 관련 법을 철저히 준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위반 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했다.
통일부는 이에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큰샘(대표 박정오)’의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 행위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두 단체가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했다. 물자를 북한으로 반출하면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고 드론 역시 정부에 미리 신고하지 않은 채 띄웠다는 것이다. 북측에 도달하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진 전단과 페트병은 바다에 오염물질을 버린 행위로 해석했다. 북한에 전단이나 쌀을 보냈다는 이유로 정부가 해당 단체나 개인을 수사기관에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통합당은 통일부가 민간단체들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 대해 ‘법치주의 훼손’이라며 맹비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통일부가 몇 달 전에는 단속할 근거가 없다더니 ‘김여정 하명’이 있고 나서 이제는 남북교류법으로 처벌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도 호전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북한의 행보에 실망했다”는 미국을 맹비난했다. 권 국장은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경고했다. /윤홍우·윤경환·임지훈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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