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이후 홍콩에서 글로벌 은행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그 빈자리를 재빠르게 채우고 있다.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홍콩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홍콩을 새로운 발판으로 삼는 모습이다.
━ 건물 한층 통째로 빌려 |
바이트댄스는 코즈웨이베이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약 279평방미터에 달하는 사무공간을 3년 동안 임대하기로 했으며 알리바바도 같은 건물에서 한 층을 통째로 임대 계약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이 건물에서 3개 층을 임대하고 있는 상태다.
두 회사의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사업 확대와 관련이 깊다. 바이트댄스는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친 틱톡의 파죽지세를 계속 이어갈 모멘텀을 노리고 있으며 알리바바의 경우 전자상거래 사업과 클라우드 사업의 해외 부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4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채용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 진출은 잇따를 전망이다. 미국 나스닥의 강한 규제를 피해 홍콩 증시에 이중상장을 한 중국 게임사 넷이즈의 주가는 상장 당일인 이날 8% 폭등했다. 넷이즈가 성공적으로 홍콩증권거래소에 2차 상장하면서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홍콩 증시 회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은 오는 18일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할 예정이며, 검색 엔진 회사 바이두, 여행사 씨트립 등도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 글로벌 금융사들은 '엑소더스' |
헤지펀드들도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인해 대거 탈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실제로 많은 펀드매니저들과 트레이더들은 보안법이 홍콩의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뒤흔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이제 죽었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홍콩 헤지펀드사의 한 고문은 “보안법 통과로 홍콩은 중국의 또 다른 도시가 되고, 헤지펀드 업계는 잇따라 싱가포르 등지로 탈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홍콩에는 약 420개의 헤지펀드 업체가 있어 2위인 싱가포르에 비해 80개 정도가 더 많은데 이러한 홍콩의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홍콩 오피스가 점점 썰렁해지는 분위기다. 홍콩 주요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4월 기준 7.2%로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면서 4월 평균 임대료는 전월 대비 3% 하락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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