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권 내 ‘기업주도벤처캐피탈(CVC)’ 허용 기류에 제동을 걸기 위한 토론회를 연다. 정부가 일반지주회사의 CVC 허용 계획을 발표하고 여당 의원들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박 의원은 금산분리 원칙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어 내부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1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달 말 CVC 관련 토론회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관심 사항이고, 여러 논란을 불러올 것 같다”며 “CVC 만사형통론만으로는 금산분리라는 대원칙을 허물기는 어렵다”고 했다.
CVC는 대기업이 출자하는 벤처캐피털(VC)을 의미한다. 창업 기업은 모기업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인프라를 제공받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모기업은 창업 기업의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CVC는 ‘금산분리’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규제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거래법 상 벤처캐피털은 금융업으로 분류되고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에도 정부는 CVC 허용을 추진했지만 ‘금산분리 강화’를 당헌으로 하는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일부 의원들이 CVC 허용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벤처투자 확대를 통한 벤처 생태계 강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7월 중에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도 CVC 허용 법안을 발의하며 호응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통해 더 많은 자금이 벤처 생태계에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뉴딜’이 추진되는 가운데 CVC가 디지털·그린 뉴딜 사업을 지원하는 민간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이 ‘맞불’ 성격의 토론회를 열면서 여당 내 CVC 논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1일 이원욱·김병욱 의원 등이 개최한 ‘CVC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하며 동료 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진보 성향이 강한 박 의원이 대기업 규제 개선에 방점이 찍힌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년 원내대표는 “여러 의원들이 참석해주셔서 고맙고 특히 박용진 의원의 참석이 감사하다. 눈에 띈다”고 했다. 박 의원은 토론회 후 “청취는 국회의원의 기본 의무”라며 “추진하겠다는 분들의 의향을 들으러 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에도 민주당 당헌에 명시돼있는 ‘금산분리 강화’를 내세워 인터넷 전문은행법을 반대하고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기업의 혁신과 신성장 산업 육성이 CVC가 없어서 안 됐다는 논리 구조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존의 규제나 법에 이유가 있는데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개정하기에는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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