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는 기이합니다. 그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지만 이윤 추구가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물론 이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지난 2013년 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진행된 벤처 투자계의 거장 스티브 저뱃슨과의 대담에서 기업 존재의 목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머스크는 당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가로서 인류를 구하는 것이 목표라는 거창한(?) 목표를 얘기한 겁니다. 마치 영화 어벤저스의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실제 영화 어벤저스에서 지구를 구하는 ‘아이언맨’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지속 가능한 교통 수단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이 인류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고, 실제 그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인류가 미래에 거주하게 될 우주 공간을 개척하는 ‘스페이스X’, 지속 가능한 전기 생산을 목표로 하는 ‘솔라 시티’, 교통 체증을 해결해줄 ‘보링 컴퍼니’ 등이 머스크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어떻게 보면 머스크가 하는 사업은 주주를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반합니다. 실제 때때로 머스크는 주주들의 화를 돋구기도 합니다. 한 예로 머스크는 지난 5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 주식이 너무 비싸다”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죠. 주주들은 난리가 났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습니다.
진가 드러나는 테슬라, 사상 최초로 주당 1,000달러 돌파
이처럼 때때로 주주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는 머스크지만 최근 테슬라의 주주들을 함박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최근 각종 호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9.0% 급등하면서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바로 다음날 5% 이상 빠지면서 다시 1,000선 아래로 내려왔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4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이 같은 질주를 두고“테슬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로 향해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9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시총이 가장 큰 일본 도요타의 2,100억달러에 이어 2위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테슬라가 전 세계 시총 1위 자동차 기업이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올해 들어 테슬라와 도요타의 실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가 최근 세계 최대 시장이 중국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상하이 공장에서 조립한 테슬라 모델3 자동차를 1만 1,095대나 팔아 전달 대비 무려 205%나 많은 차를 팔아 치웠습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시큐리티 매니징 디렉터는 “테슬라의 지난달 중국 시장 성장 스토리는 주당 300달러 플러스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주당 1,350달러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중국 판매 증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국이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면서 각종 호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영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전기차 교체 보조금으로 6,000파운드(약 917만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도요타는 올해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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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하겠다는 머스크 꿈 가까워질수록 테슬라 가치도 상승
테슬라뿐만 아니라 머스크의 또 다른 야심작 스페이스X도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스페이스X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쏘아 올렸습니다. 미국의 첫 민간 우주선입니다. 인류를 위해 우주에 인간이 거주할 공간을 찾겠다는 머스크의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뜨는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특히 한화가 니콜라에 투자한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한국에도 큰 주목을 받았죠.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기업입니다. 앞으로 테슬라나 니콜라와 같은 기업의 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성장과 환경 문제 심화 등으로 인류 생존이 그 어느 때 보다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인류를 구하겠다는 머스크의 꿈이 가까워질수록 테슬라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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