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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라진 시간' 또 보고싶게 만드는 기묘한 매력





이게 말이 되나 싶다. 낯설고 기묘한 이 이야기는 어떠한 한 장르로도 규정짓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시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다.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 이야기다.

어느 시골 마을에 전입을 온 젊은 부부 수혁(배수빈)과 이영(차수연)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이를 우연히 알게 된 해균(정해균)으로 인해 동네 전체에 비밀은 알려지고, 부부는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는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단서를 추적하던 중,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다. 집도, 직업도, 가족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형구는 형사에서 갑자기 시골학교 선생님이 돼 버린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아는 나 자신이 맞는지. 자신 조차도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영화는 철저히 형구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형구는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분주하게 쫓아다닌다. 그러나 형구 자신만 답답할 뿐 다른 인물들은 태연하다. 마치 모든 사람이 형구 하나를 두고 속이는 것만 같다. 관객은 형구의 감정을 오롯이 따라다니며 떠오르는 의문들을 곱씹을 수밖에 없다.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변화무쌍하다. 교사 부부의 로맨스는 80년대 사랑 이야기 같고, 작위적인 대사 톤은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형구가 자신의 삶을 추적해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추적극이 된다. 중간중간 맥락 없이 터지는 웃음 코드는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중구난방의 장르 변화가 관객의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참 난해하다.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연결고리도 없이 관객에게 무뚝뚝하게 던져준다. 그리고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해석은 관객의 뜻에 맡긴다. 불친절한 영화일 수도 있지만,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었던 감독 정진영의 의도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형구의 서사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주의적 질문이 관객에게까지 이어진다.

조진웅은 혼란스러운 형구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장 본인다운 부산 사투리를 쓰며 조진웅 그 자체를 연기한다. 의외의 발견은 정해균 역으로 출연한 정해균이다. 심각할 수 있는 상황에 감초처럼 등장해 ‘블랙 코미디’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다.

결말까지 해답이 제시되지도 않고, 반전도 없다. 완성된 구조가 맞나 싶을 만큼 보통의 영화적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이야기에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18일 개봉.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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