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유럽연합(EU)에 지난달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중국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1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입수한 유럽의회 내부 문건 초안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행위는 영국-중국 공동선언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라 EU에 중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홍콩반환협정으로도 불리는 영국-중국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홍콩의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일국양제다. 최근 영국을 필두로 유럽 각국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가 일국양제 정신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인의 반(反)중국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유럽의회는 EU에 영국처럼 홍콩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재촉했다. 지난 3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민규칙을 변경해 홍콩보안법에 반발하는 홍콩인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홍콩에서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난다면 홍콩인 수용 분담이 과제가 될 것”이라며 “파이브아이즈(영어권 5개국의 정보 동맹체)와 함께 홍콩인을 위한 ‘국제 지원의 터전’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홍콩보안법 문제를 이번 EU-중국 정상회의의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상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날짜가 특정되지 않은 채 미뤄졌다.
SCMP는 이날 EU 회원국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 같은 움직임에 쉽게 착수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하면서도 이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EU의 강한 반감의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어 문건의 내용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문건이 최종적으로 완성돼 공식적으로 발표되더라도 구속력은 없다고 덧붙였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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