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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태계 흔드는 '과수화상병'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우리 사과나무와 배나무가 타들어 가고 있다. 과수화상병이라는 식물병이 창궐하면서 주요 과수주산지가 위태롭다. 건강한 식물은 생태계 유지와 식량안보의 근간이다. 식물 건강을 위협하는 병해충의 유입·확산 및 경제적 피해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과수화상병은 과수의 가지, 잎, 열매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암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마르는 증상을 보인다. 화상병균은 감염된 나무의 껍질이나 가지의 궤양에 잠복하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면 점액을 형성하며 활성화된다. 곤충과 비·바람 등에 의해 꽃과 새로 나온 잎으로 옮겨지거나 나무 간 이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상병에 감염된 나뭇가지를 가지치기한 가위를 소독하지 않고 사용했을 때도 전파된다.

우리나라는 과수화상병을 금지 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아직 국제적으로 방제기술 정립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데다 나무 한 그루에서 병의 징후만 나타나도 과원 전체를 오염시킬만큼 전파력이 강하다. 지난 11일 현재 과수화상병이 확진된 농가는 328곳 198.8ha에 달한다.

정밀검사가 끝나면 피해 농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에서 확진 농가가 발생했는데, 충북 충주(243개 농가), 제천(56개 농가)에서 빈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발생 지역이던 익산과 진천에서 확진 사례가 나와 과수화상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수 십년간 애지중지 가꾼 과원을 한순간에 매몰해야 하는 농가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지만 화상병균의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매몰이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과수화상병의 조속한 방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1차 진단 후 농촌진흥청이 정밀검사를 해 확진하던 방식을 다수 발생지역에서는 중앙 식물방제관이 현장에서 재진단해 즉시 확진 판정을 내리도록 변경해 시행 중이다.

매몰로 인한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행 만 3년간 기주식물 재배금지 기간을 3년 차 봄부터는 재식을 할 수 있게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폐원 농가에 지급하는 손실보상금은 10a당 재배 주수 단위로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으며 방제비용도 실제 들어가는 모든 금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산확보를 통해 생계안정비용 지급, 대체작목 후보군 발굴을 위한 연구용역과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시범사업 등도 모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방제약제 개발, 저항성 품종 및 묘목의 진단기술 등 근본적 방제기술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농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수렴해 과수화상병 발생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과수화상병의 전국적 확산을 예방하고 발생지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 단추는 철저한 방제수칙 준수와 발생 시 신속한 매몰이다. 농업인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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