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이 된 경기도 남양주 능내역. 양평 두물머리로 향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잠시 쉬어가는 대표적인 장소다. 주말이면 자전거 전용복장을 갖춰 입고 막걸리를 마시는 라이더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 라이더인 김모(29)씨는 “지난 3월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빨간 얼굴의 중년들이 술에 취한 채 자전거에 오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레저 스포츠의 확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급증하는데 가운데 일부 라이더들의 음주 라이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본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부터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도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게 되는 만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음주 라이딩으로 경찰 단속에 적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 음주 라이딩을 종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자전거 대상으로 음주 단속이 시행된 이후 적발 건수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단속이 시작된 2018년 9월 28일부터 당해 연말까지 총 260건이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2,219건으로 급증했다. 2018년 단속 기간이 불과 석 달이었음을 고려할 때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는 폭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크게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762건이 단속됐다. 전년 동기 660건 대비 15% 증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경찰의 단속 건수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전거 라이딩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자전거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경찰 차원의 단속·계도 활동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은 자전거 음주가 주로 이뤄지는 자전거 도로 인근 편의점·식당 등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설 방침이었다. 운용 인력 부족에 자전거 단속이 순위에서 밀려나 되레 음주 자전거 단속과 홍보·계도 활동이 약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해까지 한강 자전거도로에 직접 나가 음주 단속을 벌이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중단됐다. 성동서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킥보드, 이륜차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한강에 나가기도 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제한 적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약한 처벌 규정이 음주 자전거 관행을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음주 단속에 걸리면 부과되는 범칙금은 3만원이다. 이마저도 2018년 9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처벌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자전거 동호인 A씨는 “일부 사람들은 술을 먹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경우도 많다”며 “음주 단속 걸려봐야 3만원인데 신경 안 써도 되는 벌금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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