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해방일에 흑인 학살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선거 유세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뒤로 일정을 변경했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6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집회 일정을 잡았었다”며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날은 ‘준틴스(Juneteenth·노예해방 기념일)’였다.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들과 지지자들이 이 중요한 날을 축하하고 이날이 나타내는 것을 존중하기 위해 날짜를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요구를 존중하기 위해 6월 20일 토요일로 집회를 변경하기로 했다”며 “이미 20만명 이상이 참석을 신청했다. 오클라호마에 있는 모두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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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은 지난 1865년 6월 19일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텍사스에서 해방령을 선포하며 미국에서 노예제가 사라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1980년 텍사스주가 이날을 주 차원의 기념일로 지정한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여타 주도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현재 하와이 등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공식적으로 6월 19일을 기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 재개 장소인 오클라호마 털사는 지난 1921년 5월 31일부터 이틀간 발생한 폭동으로 약 300명의 흑인이 백인 폭도들에 의해 살해당하고 1,000여채 이상의 가옥과 건물이 불타는 등 일명 ‘털사 인종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흑인에게 의미가 있는 6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재개하는 것을 두고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처진 지지율에 조급함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결집을 노리는 것이라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캠프의 카마우 마샬은 트위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인가”라며 “그는 너무 인종차별주의자여서 첫 선거운동을 6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할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단순히 윙크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백인우월주의자)을 환영하는 홈 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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