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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

이경운 사회부 기자





여성가족부를 출입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남성 우위 사회에서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여가부는 참 많은 일을 한다. 아이돌봄 서비스부터 다문화가족 정책 수립은 물론 교육부가 해야 할 것 같은 학교 밖 청소년 급식 지원까지 여가부 업무에 포함된다.

일을 많이 하는 여가부가 일을 안 하는 여가부로 오해받는 까닭은 가끔 일을 너무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정의기억연대 문제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여가부는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요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전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의 전·현직 위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인데 위안부 기념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전문가 집단인 심의위의 위원 명단과 할머니들의 개인정보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심의위 위원 가운데 전 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의연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신빙성만 커지는 상황이다.



개인정보까지 신경 쓰며 세심한 일 처리를 하던 여가부는 정의연과 관계된 다른 일은 방관하는 모순적인 태도도 보인다. 올해 여가부는 할머니들의 건강지원 사업과 관련해 정의연에 5억원이 넘는 규모의 국고보조금 사업을 맡겼다. 회계부정 문제가 터진 만큼 이제라도 추가적인 보조금 유용을 막기 위해 교부된 금액의 일부를 환수할 수 있지만 여가부는 검찰의 정의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부분의 검찰 수사가 그렇듯 장기화되면 정의연이 보조금을 다 써버려 혈세인 세금을 환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감시를 받는 행정부처로서 여가부의 입장이 난처한 것은 사실이다. 여당이 윤 의원을 비호하는 상황에서 정의연에 안 좋은 일을 했다가는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일을 하다가는 여가부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좋아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을 앞으로도 계속 받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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