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형 M&A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리테일과 호텔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미래에셋그룹은 코로나 19로 중국의 안방보험이 소유하고 있는 7조원 규모의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가 무산되면서 현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이번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의 대형 리테일 사업자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과 터브먼 센터스(Taubman centers)의 36억달러 규모의 대형 M&A도 깨지게 생겼습니다. 사이먼 프라퍼티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터브먼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터브먼을 상대로 합병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이먼 프라퍼티는 터브먼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합병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사이먼 프라퍼티는 지난 2월 9일 터브먼 지분 80%를 주당 52.50달러, 총 36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이번 M&A는 오는 7월께 완료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로 없던 일이 되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사이먼 프라퍼티는 지난 2002년에도 터브먼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사이먼 프라퍼티가 터브먼 M&A를 포기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사이먼 프라퍼티는 지난 7일 갭이 코로나19 이후 6,590만달러에 달하는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갭은 같은 그룹 브랜드인 바나나리퍼블릭과 올드네이비 등 사이먼 프라퍼티가 운영하는 몰에 412개의 매장이 입주해 있습니다. 사이먼 프라퍼티 입장에서는 가장 크고 중요한 임차인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겁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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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프라퍼티와 터브먼의 합병 무산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이먼 프라퍼티와 터브먼은 미국 리테일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사이먼 프라퍼티는 3월말 기준 북미·아시아·유럽 등에서 234개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 15개국에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 기반의 쇼핑몰 운영 업체 클레피에르(Klepierre) 지분 22.4%를 소유하고 있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테일 업체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기장·파주·시흥·여주 등에서 아울렛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터브먼은 현재 미국과 아시아에 26개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신세계와 함께 스타필드하남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두 회사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대표적인 리테일 리츠이기도 합니다. 터브먼이 1992년, 사이먼프라퍼티가 1993년에 경쟁적으로 상장을 했습니다. 당시는 미국 리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현대 리츠 시대의 시작(The neginning of modern REITs era)’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 초반입니다. 사이먼 프라퍼티와 터브먼은 미국 현대 리츠 시대의 초기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업입니다. 터브먼은 최초의 업리츠 상장 사례였으며, 사이먼 프라퍼티의 당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역대 리츠 공모 중 최대 규모인 8억 3,990만달러에 기업공개(IPO)를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사이먼 프라퍼티와 터브먼은 미국 리츠 역사에 있어서도 의미가 큰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 됐습니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치명타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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