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한 일본에 항의하기 위해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15일 초치했다.
앞서 일본은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대중에게 소개하면서 한국인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해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후 1시 52분께 외교부 청사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불러들였다.
이 차관은 도쿄도 신주쿠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한 전시가 포함된 것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또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2015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되던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은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로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센터에는 그런 약속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로서 정보센터 설립을 약속했었으나 이번에 개관한 센터 전시 내용 어디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력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한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정보센터는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도 포함됐다. 일본은 당시 등재 과정에서 강제징용 등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이 공개한 정보센터에는 일본의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내용과 함께 강제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만 가득했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두차례 제출한 산업유산의 후속 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강제노역을 인정하거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 세계유산위원회가 2018년 6월 이 사안과 관련 ‘당사국간 대화’를 권고했음에도 일본은 한국 측의 지속적인 대화 요청에 불응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당초 오는 6월 29∼7월 9일로 예정됐던 세계유산위원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한편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일본이 약속을 깨고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일반에 공개한 것과 관련 일본의 위선을 세계에 알리는 대국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이날 소개했다. 이에 반크는 204개 유네스코 회원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청원과 함께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영상을 외국인들에게 배포하는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반크는 청원에서 “유네스코가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한국인 강제 노역 역사를 왜곡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감시, 시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 시작한 청원에는 현재 1,000명이 넘는 외국인 네티즌이 참여했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