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맹비난하며 남북관계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화를 통한 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발언 초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언급한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게 됐다”며 굳은 표정으로 대북 문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남과 북의 정상이 6·25전쟁 발발 50년만에 처음으로 마주앉아 회담한 것은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회복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6·15선언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일직선으로 발전해가지 못했다. 때로는 단절되고, 심지어 후퇴하거나 파탄을 맞이하기도 했다”면서 “정권의 변동에 따라 우리의 대북 정책이 일관성을 잃기도 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기도 했으며 남북관계가 외부 요인에 흔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흔들리는 남북관계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며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 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며 “어떠한 정세 변화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합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다”며 “북한도 대화의 문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의식한 듯 남북 간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해 나아가서는 평화 경제의 실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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