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는 최근 국가자원을 총동원하는 파격적 육성책을 내놓으며 세계 반도체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종 세제혜택과 연구개발 (R&D) 등 정부 지원금이 기업 매출액의 3~4% 수준이고 중국도 5~6%에 달한다. 하지만 반도체 강국이라는 한국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각국은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며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의회는 한마음으로 뭉쳐 반도체장비에 대한 세액공제는 물론 새 공장 건설, R&D 등을 위한 27조원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을 내놓았다. 기업이 가려운 곳을 정치권에서 먼저 긁어주겠다고 나섰다니 부럽기만 하다.
반도체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8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 것도 선제 투자를 통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과감히 투자할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신규 설비와 R&D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혜택 등 최소한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과 역차별을 해소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꺾이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미국 하원은 성명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에 자본과 힘을 필요 이상으로라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도 반(反)시장 정책에 매달리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