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6월17일 인도 남서부 벵갈루루 기지. 날렵한 모습의 은빛 전투기 한 대가 첫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내려앉았다. 인도 국영 힌두스탄항공사가 개발한 고유모델 초음속 전투기의 시험비행 소식은 온 나라를 달궜다. 인도가 독자적인 기술로 첨단 전투기를 개발했으니까. 네루 총리는 한 달 뒤 2차 시험비행을 직접 참관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기대와 달리 후속 개발은 쉽지 않았다. 기술 부족과 외국의 견제 탓이다. 초도비행 성공 후 6년이 더 지나서야 양산에 들어갔으나 단명하고 말았다.
인도는 큰 꿈을 꿨다. 1950년대 후반에 음속 2~3배급 전투기를 직접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험도 있었다. 식민모국인 영국인들의 주도로 전투기에서 수송기, 수상비행정, 경폭격기 수백 대를 제작, 영국군에 납품했었다. 2차 대전 이후에도 면허생산 방식으로 영국제 경제트전투기를 국내에서 만들어왔다. 부족한 기술을 극복할 대안도 없지 않았다. 독일 엔지니어를 받아들여 기체 개발에 나섰다. 개발은 순조로운 것 같았다. 1959년 나무로 만든 실물 크기의 모형이 공개됐을 때는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차 대전에서 독일 전투기 fW190을 설계하고 전후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제트전투기 개발을 맡았던 독일인 쿠르트 탕크 박사팀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주날개는 물론 수직·수평꼬리날개까지 후퇴익으로 설계한 이 비행기는 첫 비행 성공 이후에 영국의 견제에 부딪쳤다. 인도의 핵실험을 빌미로 엔진 제공을 거부하며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HA-24 마루트’라는 제식명으로 실전 배치됐으나 147대 생산에 그쳤다. 그나마 1990년대 초 모든 HA-24를 거둬들였다. 대신 소련제 면허생산으로 부족분을 채웠다.
인도는 1983년부터 시작된 ‘테자스’ 전투기 사업에서도 37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고유모델 전투기 개발이 그만큼 어렵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순항을 위해서도 과장이나 기만은 금물이다. 1982년 미국제 F-5 전투기를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조립 생산할 때 ‘일본·중공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라던 대통령의 발언이 아직도 기억이 새롭다. 같은 기종을 대만은 1977년부터 만들었다. 우리보다 앞서 고유모델 제트기를 만든 나라는 수없이 많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일본, 스웨덴과 캐나다, 이스라엘은 그렇다 치고 이집트와 아르헨티나, 인도와 대만, 체코와 루마니아도 우리보다 빠르다. ‘세계 몇 번째’라는 자기 착시와 대국민 기만에서 이제는 벗어나자.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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