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플랫폼 ‘그랩(Grab)’이 전체 인력의 5%를 감축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랩은 코로나19로 디지털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혜가 예상됐지만 코로나19가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고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선제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랩은 전체 7,000명의 인력 중 약 5%인 36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또한 그랩은 일부 비핵심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기능을 통합하는 한편 직원들을 재배치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으며,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대비해야 한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모든 비용 지출을 재검토하고 임의 지출을 줄였으며, 고위 경영진의 임금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 규모를 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기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각국이 이동제한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 CEO는 지난 4월 “설립 후 8년 만에 가장 큰 위기”라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그랩은 줄어든 승차 공유 서비스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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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의 이번 결정을 두고 블룸버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에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금까지 그랩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오랫동안 그랩에 투자해왔지만 지난해 위워크 투자 실패 이후 다른 문제가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소프트뱅크가 그랩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올 1·4분기에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위워크와 그랩 등에 투자하는 비전펀드 조직 직원 약 500명 중 15%를 줄일 계획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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