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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기후센터]재난재해 사전에 대비하는 쿠바

이우섭 APEC기후센터 기후분석과장

이우섭 APEC기후센터 기후분석과장




스웨덴은 경제적 이유로 집단면역 정책을 취했다. 집단면역 정책은 국민의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항체보유 비율을 60%로 높여 국가 내 병의 전염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나 봉쇄’ 대신에 ‘느슨한 통제와 방역’을 통해 국민의 일상적인 사회·경제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한국처럼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추적해 대량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을 알아내거나 예측해 방역하고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적극적인 선제적 조치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인구 1,000만 명의 스웨덴은 2020년 6월 4일 기준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가 40,803명에 달하고 누적 사망자는 4,542명이다.

반면에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잘 대처하고 심지어 해외의 국가에 의료진을 파견했던 예상외의 국가가 있다. 일 인당 국민소득이 한국($2만5,167·2018년)의 4분의1도 안 되는 쿠바($6,106·2018년)이다. 스웨덴보다 인구가 조금 더 많은 1,100만 명의 쿠바에서는 2020년 5월 현재 1,916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81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면 경제와 의료기술이 좋지 않은 쿠바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훨씬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쿠바의 의료진들은 질병의 치료보다는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음주, 흡연, 만성 질병 등과 같은 건강 위험군에 따라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주치의에 해당하는 가정의와 간호사가 각 의료팀을 이뤄 지역의 진료소에 배치돼 주민 개개인의 질병 발생을 점검하고 이들의 건강을 돌본다. 각 진료소는 해당지역 100가구 정도의 주민들을 담당한다. 주민들은 평소 건강에 사소한 이상이 생기면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다. 임신이나 독감 등 유행성 질병으로 주민이 몸져누웠을 때는 의사가 왕진을 간다.

만일 진료소에서 치료가 힘든 경우에는 아픈 주민은 단계별로 상위기관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로 부터 고난도의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쿠바에는 크고 작은 병원들이 거미줄처럼 엮어진 총체적인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쿠바의 보건부에서 나온 논문 자료에 따르면 환자의 80%가 이 진료소나 바로 상위기관인 동네 종합병원에서 치료가 된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2010년대 초 기준으로 쿠바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7.4세로 미국보다 긴 장수국가이다. 2015년 기준 쿠바의 영아 사망율은 세계 180위로 167위인 미국보다 적어 세계에서 영아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의 하나이다.



쿠바 의료진의 질병 치료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의료진보다 낮다. 쿠바의 의료진들은 의료물자와 시설이 부족하고 국민들도 비싼 의료비를 지불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쿠바 의료진들은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항시 감시·관리함으로써 경미한 질병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치료하기 힘든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차단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코로나19 감염병이 닥쳤을 때도 쿠바의 의료진들은 선제적으로 적절한 예방·방역 조치를 취해 이번 위기를 잘 대응했다.

유엔 재해 감소 연구소(UN Institute for the Reduction of Disasters)에 따르면 쿠바는 재해 예방 정책을 잘 시행하는 국가로 다른 카리브해 연안 국가와 비교해 기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적다. 2004년 9월 7일과 8일부터 일주일 이상 허리케인 아이번이 카리브해와 미국 남부를 휘젓고 지나가면서 미국에서 약 33명, 그레나다에서 37여명, 자메이카에서 20여 명 등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상하게도 허리케인 아이번이 직접 쓸고 지나간 쿠바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다.

쿠바는 재해 예방 교육을 학교의 정규과목에 포함해 수행함으로써 국민들이 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요령을 잘 숙지하게 하고 있다. 또 국가 최고지도자는 기후로 인한 재해·재난이 닥치면 직접 TV에 출연해 기상·기후 전문가와 함께 국민에게 대피요령을 알려준다. 여기에서 국가 최고지도자는 기상·기후 예측정보를 분석해서 나온 기상·기후전문가의 재해 대비책에 정치적 권위를 실어 국민이 잘 따르도록 해준다.

APEC기후센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국가에 다양한 기후예측 및 기후감시 정보를 제공해 오고 있다. 기후예측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 기후정보를 이용한 아·태지역 국가의 재해 대응·대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태지역 국가의 국민이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기상·기후예측 정보를 활용해 재해 취약 지역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 예방조치를 취해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재해에 잘 대응하고 있는 쿠바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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