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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백종원의 골목식당' 매너가 사람도 좋은 식당도 만든다





‘골목식당’으로 인한 성공은 신기루와 같다. 뜻하지 않은 행운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본인의 깨달음과 노력 없이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의 변심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제작진도 시청자도 굳건히 믿었던 서산 장금이 사장님의 완전히 달라진 모습은 그 어느 장면보다도 충격적이었다.

예고편과 같이 음식에서는 냄새가 났고, 손님 응대는 형편없었으며, 사장님은 변명만으로 아까운 시간을 채웠다. 도저히 참지 못한 백종원 대표가 음식물 쓰게기를 손으로 들어 보이며 버럭 화를 냈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서산 해미읍성 지역의 긴급점검은 다른 곳의 방송 포맷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대 백반집, 거제 김밥집, 대전 청년구단 등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제작진이 투입되고, 현재 상황을 진단한 뒤, 백 대표가 식당에 들어가 점검하며 미진한 부분을 지적한다. 식당 사장은 “열심히 할게요”라며 안 훈훈하지만 훈훈해 보이는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다만 이번 편에서 유독 충격과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골목식당’ 사상 가장 믿을 수 있다던 서산 장금이 사장님의 변화였다. ‘예고편 낚시’로 무려 3주나 기다렸던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이 집이 몰랐다’거나 ‘방송을 이용해먹었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비판이었다. 서산 장금이 사장님이 장사에 손을 놓은 장면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까지는 짚어내지 않았다. 밀려오는 손님 때문에 지쳐버린건지, ‘골목식당’ 촬영 전 본래 모습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추가 설명은 등장하지 않았다. ‘냄새난다’는 제작진의 말과 백 대표의 ‘이유 있는’ 호통에 집중했다. 사장님은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변명만 늘어놨다.

‘골목식당’의 자극적인 편집은 수차례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백 대표와 소통하기보다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길 바라며 따박따박 말을 받아치던 팥칼국수집 여사장은 방송 이후 유튜브를 통해 눈물을 쏟아내며 사과해 ‘악마의 편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방송 이후 전화와 문자 등으로 수많은 항의를 받았다는 그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아침부터 전화로 ‘문 닫으라’고 하니 큰 잘못을 지었나 하는 생각에 너무 많이 힘들었다. 내가 그렇게 많이 잘못했나 싶어 신랑에게 말도 못하고 자다가 뛰쳐나가고, 여기가(가슴이) 터질 것 같아 겨울임에도 도로를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방송 직후 상황을 전했다.



방송 당시 그는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했다. “전 국민에게 욕을 먹고 고개를 못 들 정도가 되니 어머니께서 밥을 못 드시고 잠을 못 주무시고 많이 아프셨다. 국민 여러분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못나서 그랬어요”라며 “10월부터 우울증이 와 많이 안 좋았는데 혼나기만 하니 신경질이 났다. 사실 백 대표님의 팬인데 내가 말을 이상하게 해서 속이 상하셨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내가 대표님을 무시하냐”고 눈물을 훔쳤다.

홍제동 팥칼국수집 사장이 공개한 항의문자 내용 /사진=유튜브 ‘야미야미YumYum’ 채널


최근 ‘골목식당’의 콘셉트는 나쁜 식당과 조금만 도와주면 잘 될 식당을 확실하게 구분한 뒤 시작한다. 특히 방송 초반 식당 사장님의 잘못된 점을 크게 부각시켜 이슈화한다. 백종원의 조언에 힘입어 결국 ‘개과천선’으로 방송은 깔끔하게 끝나지만,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네티즌의 매서운 비판은 계속됐다.

‘별로면 안 가면 되지 악플을 달고 그러냐’는 네티즌이 절대 다수다. 그러나 연예인도 못 버티는 악플인데 쏟아지는 위협에 평범한 식당 주인이 버틸 재간은 없다. “맛없다” 한마디에도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텐데 뜻하지 않은 비난을 ‘자승자박이니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학적이다.

2년 전 ‘골목식당’을 두고 “땅을 뒤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올린 뒤, 벽을 쌓고 지붕을 올리라고 말한다. 단 천천히, 과도하지 않게, 조금씩 나에게 또 환경에 맞춰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라 조언한다. 식당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식당 이야기만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리뷰를 썼다.

2년 뒤 현재 시점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모든 집은 다르고, 인테리어는 더 다르다.’ 돈 내고 맛없다 욕하는건 소비자의 권리이며, 주인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자극적인 편집으로 안 좋은 면을 부각시키고, 방송 일부만 보고서 아무렇지 않게 보통의 식당 주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 아닐까.

처음 의도를 잃으면 이 프로그램 위험해진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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