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여행의 길라잡이’로 불리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 중국편의 3번째 책이자 실크로드 답사기의 마지막 책이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라는 부제가 붙었다.
지금은 사라진 고대 오아시스 도시 ‘누란’은 한때 실크로드에서 번성했던 유럽계 사람들의 고대 왕국이다. 20세기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찾아낸 일명 ‘누란의 미녀’라는 미라 덕분에 로프노르 호수 인근에 실존했던 도시임이 밝혀진 곳이다. ‘누란을 지배하는 자가 서역을 지배한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건만 오히려 그 점이 족쇄가 됐다. 누란은 중국와 흉노 등 강력한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리다 5세기 중국 북위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최근까지 이 지역은 중국의 핵실험장소로 쓰였던 곳이라 저자는 “중국의 그라운드 제로”라고도 칭한다. 그는 슬픈 사연을 간직한 이곳이 답사객의 ‘로망’이라 불릴 법하지만 군사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답사일정에 넣기도 곤란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책은 누란으로 시작해 투르판,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호탄, 카슈가르 등을 함께 걷는다. “실크로드 답사는 과거로의 답사일 뿐 아니라 오늘로의 답사이기도 하다”며 오아시스 도시의 기구하고 복잡한 운명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현재까지도 곱씹게 한다. 2만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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